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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국가조찬기도회 유감 / 장헌권

등록 2018-02-28 18:31수정 2018-02-28 19:33

장헌권 광주 서정교회 목사

나라와 민족을 위한 제50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가 3월에 열린다. 이번엔 4대 비전을 제시했다. 영적으로 회개, 사회적으로 화해, 국가적으로 통일, 역사적으로 미래다. 정말 이 시대에 필요한 기도 내용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에 대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조찬기도회를 앞두고 청와대 누리집(홈페이지)에 ‘국가조찬기도회를 폐지해달라’, ‘기도회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말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국가조찬기도회 50년 역사 전무후무한 일이다. 그동안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한 찬반은 있었지만 대통령 불참을 요구하는 청원은 처음이다.

국가조찬기도회 폐지와 대통령 불참 청원 이유는 간단하다. “적폐 대상의 기도회에 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 설교자 문제다.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미화한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며 정부정책에 맞선 목회자를 설교자로 선정한 것에 대한 사회적 불신도 있다. 물론 설교자가 이번에만 문제 된 것은 아니다. 그동안 국가조찬기도회에 독재와 군사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보다 잘못된 권력의 축복을 빌었던 설교가 많았다.

1966년부터 ‘대통령 조찬기도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국가조찬기도회는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가 본격화될 때 독재자를 찬양하며 미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 심지어 1969년 기도회에서 “하나님이 혁명을 성공시켰다”, 1973년 기도회에서 “10월 유신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 기어이 성공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목사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 더욱 놀라운 것은 1980년 광주 민중항쟁 때 민간인 학살을 정당화하는 데 악용된 것이다. 당시 전두환 장군을 위해 기도하면서 “어려운 시기에 국보위 상임위원장으로 사회악을 제거하는 데 앞장설 수 있게 해주어서 감사하다”고 기도했다.

독재 시절 문제만이 아니었다. 장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대형 교회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였고, 이후 국가조찬기도회 때 장로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짐했다. 일부 교회세력이 박근혜 정권 시절 얼마나 열심히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했는지 국민은 알고 있다. 국정농단으로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국가가 침몰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촛불의 힘으로 바꿔 새 정부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교회는 과거에 대한 회개는 물론 반성조차도 없다. 이처럼 사회적 불신이 국가조찬기도회와 그 설교자에 대해 있는 것이다.

필자는 나라와 국가를 위해 기도하는 일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도회가 순수하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는 거짓 예언자들 탓이다. 성경은 참예언자와 거짓 예언자를 이야기한다. 예언자는 미래를 점치는 예언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씀을 전하는 설교자를 말한다. 참예언자는 권력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엄격하게 비판한다. 자기를 나타내려고 하지 않고 하나님만을 나타내려 한다. 이러한 성경 맥락에서 그동안 국가조찬기도회 설교 내용은 문제가 심각했다. 이제 제50회 국가조찬기도회를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 주제로 하고 다시 기도회의 진정성을 살펴야 한다. 설교자는 물론이다.

다시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 대통령 등 정치인과 호화로운 분위기에서 기도회를 하는 것이 기독교 정신에 맞는 것인지 물어야 한다. 영화 <1987>에서 불교 사찰, 천주교 성당, 개신교 교회가 비중 있게 등장한다. 하지만 지금 사회적 약자들은 교회를 찾지 않는다. 그만큼 교회가 희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크레인, 굴뚝, 송전탑과 같은 고공에 있다.

대통령이 기도회에 불참하도록 국민청원 운동을 하는 이유를 하나님의 음성으로 듣고 한국 교회는 새로워져야 한다. 교회다운 교회가 되는 일이 국가를 위한 기도보다 우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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