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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3 18:12 수정 : 2019.06.24 08:49

호원경
서울대 의대 교수·생리학교실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큰 화제였다. 자식을 명문대학에 들여보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거의 광기에 가까운 비정상적 행동은 공분의 대상이 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감을 얻었다. 이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자 하는 열망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강력하고 보편적인지를 나타낸다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좋은 대학을 가지려면, 이런 열망과 관심이 대학에 들어가는 걸로 끝나지 말고 대학이 과연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 본연의 기능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생산하는 연구와 지식을 전달하며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그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의 판단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특히 연구 기능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알기 어렵다. 연구비 유용, 가짜 학술지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나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니 부정적 이미지만 강조되기도 한다. 연구 경쟁력이 대학 경쟁력의 토대임을 생각하면 대학 연구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는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연구하기 좋은 대학을 만들기 위한 정책은 찾기 어렵다.

대학이 특정 분야의 연구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연구소와 차별되는 점은 대학에서는 연구를 하는 과정을 통해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다. 즉, 대학에서의 연구는 교육활동이며 연구 인력이 교육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대학 연구의 특성이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지식을 생산할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해서는 특정 기술이나 제품의 직접적 개발보다는 그 근간이 되는 기초연구를 긴 호흡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연구에 필요한 연구비 확보 책임은 전적으로 교수 개인에게 있고, 연구비가 끊어졌더라도 학생들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전무하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연구비 절벽이 두려운 교수들은 대학다운 연구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이 연구비를 받을 수 있는 연구를 찾아다닐 수밖에 없으니 연구의 질이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교육의 질도 떨어져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이런 환경은 대학원뿐 아니라 학부교육 기능 강화에도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연구계뿐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불확실한 미래에 필요로 하는 인재는 새로운 원천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재이며, 이런 인재 양성은 지식의 전달만으로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부교육에서도 연구활동과의 연결을 높여야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연구와 교육을 같이 하는 일에서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대학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교육부의 대학지원사업은 학부교육과정 개편을 목적으로 한 하향식 사업이었다. 이들 사업이 올해부터 대학별로 혁신 방향을 정하고 재정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상향식 사업으로 개편된다. 대학별로 자율적인 특성화 계획을 세워 실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필자는 새로 개편된 ‘대학혁신지원사업’을 계기로 대학 연구가 인재 양성의 바탕이 되는 연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지원 방법이 논의되기를 기대해왔다. 하지만 사업이 개편되었다는 사실조차 대학 사회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던 대학에서조차 학부교육과정 개편 중심의 기존 내용을 답습한 사업계획이 작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책 변화가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실패한 사업이 될까 우려된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이 그 이름에 걸맞은 사업이 되려면 연구지원을 효율화하고 연구단절을 막음으로써 연구활동을 바탕으로 한 교육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 재정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부와 대학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교육 관련 지표만으로 이루어진 대학 평가 방법을 연구 기능을 함께 다루도록 개선하고, 경직된 대학행정시스템을 연구와 교육의 시너지 창출을 도모할 수 있도록 혁신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학이 변화와 발전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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