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특수교육과 교수 4차 산업혁명이 온 나라의 화두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이 당장이라도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버릴 기세다. 다보스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바프는 규모, 범위, 속도 그리고 복잡성으로 미루어볼 때 4차 산업혁명은 과거 인류가 겪었던 그 무엇과도 다르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첨단의 시대 어디에도 장애인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1월 내놓은 ‘수소경제 로드맵’을 통해 수소차를 2040년까지 620만대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수소차나 전기차는 엔진음이 발생하지 않아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특히 청각에만 의존하는 시각장애인에게는 안전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미국과 일본 등은 이미 소음이 적은 자동차의 경우 소음 발생 장치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패스트푸드점이나 영화관 등에서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가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무인정보단말기는 비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직관적이고 편리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이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거의 이용이 불가능하다. 민간의 영역은 이해할 수 있는 구석이라도 있다. 국가기관의 정보화 사업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정보화기본법’에 모바일 환경 관련 장애인 접근성을 포함시킨 것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 10년이 다 되어 가던 2018년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정책은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고, 그것이 보편화된 뒤에야 고려되는 것이 늘 문제로 지적된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장애인을 위한 정책과 제도는 늘 앞서가는 기술을 따라잡느라 숨이 가빴다. 아니 보편화된 이후라도 장애인에 대한 제도를 마련했다면 그나마 다행인 경우가 많았다.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장애인 당사자가 부재한 것은 이런 문제를 야기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 25명 중 장애인 위원이 포함되었는지 의문이다. 위원 중 장애인 당사자가 한 명도 없다면 누가 장애인의 입장을 대변할 것인가?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을 통해 당시로는 파격적인 장애인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한 것은 그 자신이 장애인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정부뿐만이 아니다. 이제 기업도 관점을 달리할 때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복지가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업은 장애인을 더 이상 시혜의 대상이 아닌 소비자로 보아야 한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시각장애인 사용자를 위해 사진 설명을 음성으로 제공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실제 해당 기능을 이용하면 페이스북에서 사진에 포커스가 되는 경우 “웃고 있는 남자” “남자 2명과 여자 1명” 등과 같이 기본적인 정보를 음성으로 제공해준다. 페이스북이 단순히 시각장애인만을 위해 이러한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사진을 분석하는 인공지능이 개선되어 이미지에서 객관적인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다면 이는 상업적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편하면 모든 사람이 편하다는 말이 있다. 장애인 문제는 특히 노인 문제와 연계하여 고려돼야 한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감각이나 운동, 때로는 인지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장애인이나 노인을 위한 기술은 결국 인간의 감각이나 운동, 때로는 인지 기능을 보완하는 것이고, 이는 혁신적인 기술이며,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그 첨단의 시대에 누구도 소외되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면 |
[왜냐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장애인은 보이지 않는다 / 김영일 |
조선대 특수교육과 교수 4차 산업혁명이 온 나라의 화두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이 당장이라도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버릴 기세다. 다보스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바프는 규모, 범위, 속도 그리고 복잡성으로 미루어볼 때 4차 산업혁명은 과거 인류가 겪었던 그 무엇과도 다르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첨단의 시대 어디에도 장애인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1월 내놓은 ‘수소경제 로드맵’을 통해 수소차를 2040년까지 620만대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수소차나 전기차는 엔진음이 발생하지 않아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특히 청각에만 의존하는 시각장애인에게는 안전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미국과 일본 등은 이미 소음이 적은 자동차의 경우 소음 발생 장치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패스트푸드점이나 영화관 등에서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가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무인정보단말기는 비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직관적이고 편리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이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거의 이용이 불가능하다. 민간의 영역은 이해할 수 있는 구석이라도 있다. 국가기관의 정보화 사업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정보화기본법’에 모바일 환경 관련 장애인 접근성을 포함시킨 것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 10년이 다 되어 가던 2018년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정책은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고, 그것이 보편화된 뒤에야 고려되는 것이 늘 문제로 지적된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장애인을 위한 정책과 제도는 늘 앞서가는 기술을 따라잡느라 숨이 가빴다. 아니 보편화된 이후라도 장애인에 대한 제도를 마련했다면 그나마 다행인 경우가 많았다.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장애인 당사자가 부재한 것은 이런 문제를 야기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 25명 중 장애인 위원이 포함되었는지 의문이다. 위원 중 장애인 당사자가 한 명도 없다면 누가 장애인의 입장을 대변할 것인가?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을 통해 당시로는 파격적인 장애인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한 것은 그 자신이 장애인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정부뿐만이 아니다. 이제 기업도 관점을 달리할 때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복지가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업은 장애인을 더 이상 시혜의 대상이 아닌 소비자로 보아야 한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시각장애인 사용자를 위해 사진 설명을 음성으로 제공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실제 해당 기능을 이용하면 페이스북에서 사진에 포커스가 되는 경우 “웃고 있는 남자” “남자 2명과 여자 1명” 등과 같이 기본적인 정보를 음성으로 제공해준다. 페이스북이 단순히 시각장애인만을 위해 이러한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사진을 분석하는 인공지능이 개선되어 이미지에서 객관적인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다면 이는 상업적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편하면 모든 사람이 편하다는 말이 있다. 장애인 문제는 특히 노인 문제와 연계하여 고려돼야 한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감각이나 운동, 때로는 인지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장애인이나 노인을 위한 기술은 결국 인간의 감각이나 운동, 때로는 인지 기능을 보완하는 것이고, 이는 혁신적인 기술이며,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그 첨단의 시대에 누구도 소외되지 않기를 바란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