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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10 17:06 수정 : 2019.04.10 19:13

<한겨레> 자료

<한겨레> 자료
“수업 듣고 싶다! 수업 하고 싶다!” 갑자기 강의가 사라져서 생이별을 하게 된 학생과 강사들의 외침이다. 연세대 강사공동대책위원회에서 학생 770여명에게 구조조정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수업의 양과 질의 하락을 체감했는가? 90%의 학생이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급기야 여러 대학에서 수강신청 기간에 수십만원에 수강권이 거래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해고된 강사들은 피가 마른다. 수년 이상 강의해도 퇴직금 한푼 제대로 못 받는 이가 대부분이다. 서류상으로는 매 학기 계약을 새로 했다는 핑계다. 국공립대는 구조조정을 중단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립대가 수업 축소, 졸업학점 축소, 대형 강의 증가, 폐강기준 완화 등 교육파괴 조처를 강행하고 있다. 학생들로부터 존경받아온 선생님들이 대학에서 쫓겨나고 메신저 프로필에 ‘일자리를 구한다’는 내용을 올려둔 상황이다. 대학원생들의 눈에 대학은 난파선이다.

한국 대학원생의 미래는 모 아니면 도다. 교원 직급별 임금격차가 어마어마하다. 유은혜 부총리가 의원 시절 발표한 ‘2017년 대학별 교원 급여’를 다시 평균 내어보니 정교수는 9500만원대이고 시간강사는 700만원대로, 13배 이상 차이가 났다. 드문 경우이지만, 강사가 학교를 세곳 나간다고 가정하여 강사료를 2100만원으로 계산해도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교수는 연금까지 있지만 강사는 연금은커녕 퇴직금도 없으니, 격차는 훨씬 커진다. 그렇다면 능력주의로 유명한 미국은 어떨까? 정교수와 강사의 평균 연봉은 각각 약 11만5천달러와 5만7천달러로 격차는 2배에 그친다(2015~2016년 기준).

강사의 해고는 학문적 유실이기도 하다. 강사는 전임교원이 전공하지 못한 세부전공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학생과 대학원생은 강사가 해고된 만큼 제한된 교육을 받게 된다. 이대로 가면 문제는 더 심해질 것이다.

박사과정 수료생 상당수가 글쓰기와 외국어, 기초교양 강의를 해왔는데 이들도 강의를 잃었다. 수료 후 논문을 쓰는 수년의 시간 동안 자신의 전공을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일자리였다. 그나마 대형 강의 또는 영상 강의를 활용한 ‘역진행 수업’이 늘면서 대학원생 조교의 투입이 많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강사 여러명이 나눠서 하던 수업을 초대형 강의로 합치고 강사보다 인건비가 낮은 조교로 분반 토론을 채우고 있으니 이들의 미래 일자리도 줄어드는 셈이다.

국공립대는 중단했지만 사립대학은 강사 해고를 강행하고 있다. 물론 학교 간 재정격차, 학령인구 감소의 문제도 있다. 사립대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조건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지출을 강화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1.1%(현재 0.9%) 수준의 지출이 요구된다. 하지만 주요 사립대가 적립금 8조원을 쌓아둔 채 ‘목적이 있어서’ 강사에게는 쓸 수가 없다고 하는 상황은 사립대의 근본적 한계를 생각하게 한다. 적립금의 목적에는 분명 ‘연구’도 있다. 교수가 맡지 않은 세부전공의 연구와 강의의 개선을 위한 연구는 그동안 강사들이 무상으로 감수해오던 노동이다. 정부와 국회는 공적 연구역량이기도 한 강사들의 해고에 대한 긴급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강의 듣고 싶은 사람도 많고, 하고 싶은 사람도 많다는 사실이다.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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