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15 16:51
수정 : 2019.04.1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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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등촌동 등원중학교에서 기초학력미달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수업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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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해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이와 함께 기초학력 미달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그날 기자들은 박백범 교육부 차관과 자세한 질의응답 시간도 보냈다. 이튿날 언론들은 “뚝뚝 떨어지는 중고생 기초학력” “학력저하 심해졌는데 ‘시험방식 탓’만 하는 정부” “초1~고1 전국 모든 학생 ‘기초학력 진단’, 미달한 학생엔 맞춤형 보충수업 등 지원” “수학 학력미달 고교생 5년 새 2배로 늘어”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의 교육의 질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 교육의 질 관리를 기초학력 미달 비율 중심으로 하는 정부의 프레임에 모두 갇힌 결과다.
생각해보자. 기초학력은 무엇인가? 왜 이를 중요시하는가? 세계 주요국들은 모든 학생이 기초학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미국은 기초학력을 ‘모든 학생 성공법’(Every Student Succeeds Act)으로 관리하는데 이는 아동낙제방지법(NCLB)을 2015년 개정한 것으로 법 제정의 목적이 ‘학생 성공’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때의 ‘학생 성공’은 ‘모든 학생이 대학 진학과 직장 생활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캐나다 온타리오주도 목적을 “문해력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 더 높은 수준의 지식을 터득하고 잠재력을 개발하며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기 위한, 또 교과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내용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제대로 문제를 다룰 수 있기 위한 개인의 역량을 말한다”와 같이 밝히고 있다.
이런 목적 달성이 가능하려면 기초학력의 최저 기준이 교육과정 목표의 50~60%는 되어야 한다. 실제 싱가포르의 경우 초등 3학년까지의 최저학력 기준이 50%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70%가 안 되면 진급도, 졸업도 할 수 없다. 왜 한국만 100점 만점에 20점만 맞아도 기초학력을 갖춘 것으로 보는가? 20점 맞은 학생이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겠는가?
이는 타당성이 없다. 현재 성취평가제의 성취도는 최저 등급인 E가 ‘60% 미만’이고 수능영어 최저 등급도 5등급이 ‘50점 이상’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공정하고 포용적인 교육 구현을 통해 한결같이 모든 아동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키우는 탁월성 추구 교육(excellence through equity)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왜 유독 한국만 학력 관리를 기초학력 미달 수치 줄이는 것에만 급급한지 알 수 없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수가 너무 많게 보이는 것이 교육부와 학교에는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은 아니길 바란다.
기초학력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목적’과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기초학력을 “학교 교육과정을 통하여 갖춰야 하는 읽기·쓰기·셈하기와 이와 관련된 교과(국어·수학)의 최소 성취 기준을 충족하는 학력”(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 5쪽)으로 정의하고 있다. ‘최소 성취 기준’이란 몇%를 말하는가?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처럼 20%, 싱가포르처럼 50%, 온타리오주처럼 70%인가? 기초학력의 구간 설정은 20~50%로 해놓고 왜 질 관리는 20% 미만 수치에만 집중하는가. 이는 납득하기 어렵다. 인구절벽을 맞아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교육시키는 것이 갈급한 시대에 한 나라의 공교육 질 관리가 이렇게 하류지향을 해도 되는가. 교육부가 기초학력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내리고 타당성·진정성 있는 교육의 질 관리를 해주기를 기대한다.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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