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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22 17:54 수정 : 2019.04.22 18:48

‘진주 아파트 참사’가 일어난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지난 17일 오전 주민들이 현장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진주시에서 발생한 방화·살인사건을 접하고 마음이 정말 안타깝다. 더는 이런 희생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지난해 정신질환을 앓는 주민에 의해 경찰이 숨진 경북 영양군 사건과 맞물려, 고위험 정신질환자의 퇴원 시 경찰과 정신건강센터로 통보하는 것을 제도화하는 방안이 정부 대책의 하나로 논의되고 있다. 진주시와 영양군 사건의 공통점은 범인이 폭력 전과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미 경찰의 조회 범위에 있는 사안이다. 또 정신질환 치료력 조회나 퇴원 시 통보가 필요한 경우 법과 절차를 밟아 시행하면 될 것이다. 정신질환과 관련해 이런 절차가 번거롭다고 한다면 이는 법치주의 국가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사건 보도에 따르면, 수차례 경찰과 주민센터에 신고됐지만 재물 손괴나 스토킹 정도로는 경찰의 개입에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경찰의 과잉 개입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고 반대로 민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가족을 스토킹하고 대문에 오물을 뿌려 경찰에 여러차례 신고를 하였는데도 적절한 조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면 불안하지 않겠는가? 이는 가해자가 정신질환자인지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다. 이 정도 사안으로는 경찰이 적극 개입하지 못하고 경범죄를 일일이 다루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관련 법 개정과 경찰력 강화를 주장하는 정책에 적극 지지를 보낼 것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국가가 국민 안전을 책임지고 사소한 폭력과 위험신호에도 경찰이 민감하게 대응해 큰 사고를 예방하는 제도적 보완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정신질환 치료 시 진료 정보를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편견은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조현병은 초기에 치료하면 대부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회복 기회를 놓치게 된다. 진주 사건의 범인은 20대부터 피해망상이 있었지만 30대가 되어서야 폭행사건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범인도 21살부터 증상이 있었지만 첫 치료는 5년이 넘어 시작됐다. 이처럼 대부분 청년기에 발병하는 조현병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병세가 악화한 뒤 관리를 논하기 전에 정신질환에 대한 조기치료를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 사건의 경우 치료 중단으로 병세가 악화해 가족이 입원치료를 시키고자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비자의 입원(강제 입원) 절차에 대한 제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현병은 정신질환 중 의료비가 가장 많이 소모되는 질환이다. 질병의 만성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더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예산 지원에 나서야 한다. 청년 시절 치료가 지연되지 않도록 조기발견 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초기 집중치료를 제공해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 필요한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하며,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입원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국가가 신속히 결정하고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취지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국가의 책임 있는 투자가 이어질 때 더 이상의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재정부담 없이 발표하는 대책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신건강에 대한 국가의 투자는 국민 모두의 안전과 사회적 비용 감소로 돌아올 것이다. 고 임세원 교수의 뜻대로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 어떠한 편견과 차별도 존재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완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광주북구정신건강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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