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22 17:56
수정 : 2019.04.2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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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남부의 한 작은 농촌마을에서 꼬마 아이들이 들녘을 걷고 있다. 독일 농촌의 보통 풍경이다. 농촌 어디를 가든 깨끗하며 경관이 잘 보존돼 있다. 강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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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필자에게 ‘2019년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묻는다면 ‘마을공동체’라고 답을 할 것이다. 마을공동체를 통해 어머니의 품속 같은 안온함, 예의와 염치, 느림과 치유를 간직한 마을의 순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주민참여와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통한 주민자치, 마을계획은 마을과 공동체의 변화를 촉진한다. 공론장인 마을총회를 통해 직접민주주의를 경험하고 깨어 있는 주민이 마을에서 객이 아닌 중요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모두가 마을이 위기라고 한다. 하지만 원인치료보다 증상치료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또 주민들은 각종 공모사업에 매몰되어 보조금 양동이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바쁘다. 필자는 지속가능한 마을생태계와 마을공동체를 위한 ‘뉴 농활프로젝트’를 제안하고자 한다. 과거 농활이 농촌계몽과 이념에 치우쳤다면, 뉴 농활프로젝트는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피폐해져가는 농산어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청년세대의 농산어촌 유입과 마을이 지닌 삶터로서의 매력을 경험하게 해서 마을을 경험한 청년들이 시간이 흐른 뒤에, 마치 연어의 회귀처럼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꾸어본다. 인구절벽에 대처하는 새로운 농활을 펼칠 수 있는 대상지는 도농 복합지역인 전라남도뿐 아니라 전국의 무수히 많은 곳이 될 수 있다.
작금의 절박한 상황이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이 모든 문제를 직접 챙겨야 한다. 마을소멸과 지방소멸 위기는 국가의 존망에 관한 문제다. 도시청년을 마을로 보내는 지역활성화 협력대, 지방창생성이라는 장관급 각료와 조직의 구축 등 일본의 사례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각 부처에 산재된 인구, 청년, 마을공동체 정책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
뉴 농활프로젝트의 진행 방법은 크게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학기 중 농활’은 대학과 마을이 연계해 마을수업, 마을여행을 통해 지역의 문제점을 함께 고민하는 문제해결형 과정을 진행한다. 각자의 전공과 관련한 접근으로 마을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방식이다. 둘째, ‘방학 중 농활’이 있다. 2박3일 정도의 단기 마을숙박과 체험활동을 통해 스스로 밥을 지어 먹고, 마을의 도서관인 어르신들의 경험을 경청하고 마을의 일상을 경험하게 한다. 셋째, ‘홈커밍 농활’이 있다. 1970~90년대 농활을 경험한 세대가 성인이 되어 다시 마을을 찾는 방식이다.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마을로 돌아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과거 추억 속 마을과 현재의 사람이 조우하는 놀라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마을의 아이가 자라서 좋은 마을사람이 된다. 아이는 젊은 부부가 낳는다. 평범한 진리다. 청년이 마을에서 살려고 하면 경제적 안정, 주거복지와 교육이 최우선 문제다. 산, 들, 강, 바다, 섬이 꽃처럼 아름다운 전라남도 곳곳에서 진행하는 ‘뉴 농활프로젝트’가 대한민국이 처한 마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전하며 글을 맺는다.
문병교
전라남도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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