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6 16:24
수정 : 2019.05.0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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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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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1995년 민선자치단체장이 출범하면서 등장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님비’(NIMBY)와 ‘핌피’(PIMFY)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민선 시대 초기에는 과도한 지역이기주의로 인한 님비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님비현상이 주민의 생존권이나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로 인식되면서 주민 의견 수렴과 경제적 보상 등을 통해 정책 수용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반면에 지방정부 간 과열경쟁으로 인한 핌피현상의 부작용은 갈수록 심각한 양상이다. 대표적 사례로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영남권의 지역갈등을 들 수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은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사회적 파급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지방정부로서는 사활을 건 유치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유치 경쟁이 지역발전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나 강원도 태백시 오투리조트처럼 무리한 유치 경쟁이 오히려 지역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축구협회가 지방정부의 유치 공모 형태로 추진 중인 제2축구종합센터(NFC) 건립도 유치 경쟁에 뛰어든 지방정부가 이를 감당할 재정적 여건이 충분한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축구종합센터 부지선정위원회는 지난달 22~24일 2차 심사를 통과한 8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현장실사를 마치고 5월 중순에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파주 엔에프시 이전 계획에 따라 새로 건립될 축구종합센터는 33만㎡ 규모로 소형 스타디움과 잔디구장, 풋살구장, 다목적체육관, 축구과학센터 등 축구대표팀의 훈련과 각급 지도자·심판의 교육, 각종 대회 유치가 가능한 대규모 종합체육시설이다. 총 1500억원 정도의 사업비가 투입되어 2023년 완공될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제2축구종합센터가 건립되는 지역에는 10년간 생산유발 2조8000억원, 부가가치 1조4000억원, 고용유발 4만1885명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경제적 효과를 의식해 지자체에서는 과도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3단계에 걸친 심사가 거듭될수록 각 지자체에서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1천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사업비 지원금으로 제시하면서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실현 가능한 재정 지원인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민간단체인 대한축구협회 자산이 될 축구종합센터에 수백억원의 국비와 시비가 지원 가능한지 봐야 한다. 지자체에서 직접 시행하는 공공사업인 경우에는 국비 지원이 가능하지만 민간단체 자산에 국비를 직접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가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1천억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할 경우 자칫 재정 파탄마저 우려된다.
축구종합센터를 건립해 대한축구협회에 무상임대를 하는 경우에도 대한축구협회에서 투자하는 금액이 적을수록,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금액이 클수록 무상임대 기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무상임대 기간 만료 후 유상임대 전환 시 임대료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다. 건립 이후에도 관리운영 측면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파주 엔에프시보다 3배나 큰 부지에는 호텔·컨벤션, 아카데미·박물관 등 대형 건물이 계획돼 있기 때문에 연간 관리운영비가 80억~1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결국 제2축구종합센터는 대한축구협회의 자산이 되든 임대 건물이 되든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따라서 제2축구종합센터는 초기 투자비용의 절감보다는 향후 안정적인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여건을 중요한 요소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축구의 100년을 계획할 수 있는 입지를 선정하는 것이 지자체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축구 발전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정정화
한국지방자치학회장·강원대 교수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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