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6 16:24
수정 : 2019.05.0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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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 심야책방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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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늦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한국작가회의에서 꾸리는 작은 서점 지원 사업을 함께 했다. 7개월 동안 달마다 두번씩 소설가와 시인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온 사람들이 다시 오고 그들이 또 다른 동무들을 오라고 해서 책방 풀무질에서 따로 알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모였다.(나는 오는 6월11일에 책방 풀무질을 젊은 사람들에게 넘겨주기로 해서 열심히 못 했다.)
모임을 마치고 돈을 받거나 진행 상황을 알리는 일이 참 힘들었다. ‘이(e)나라도움’ 누리집에 들어가서 보고를 하는데 첫달은 하루 종일 걸려서 그 일을 했다. 그래도 나라에서 돈을 받으니 책방 살림에도 도움이 되었고 모임에 오는 사람들에게도 먹을거리를 줄 수 있어 마음은 가벼웠다.
이런 사업이 꾸준히 있는 것은 좋지만 완전도서정가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동네 책방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아무리 모임을 꾸리고 알려도 동네 책방에서 책을 사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10% 싸게 주고 경품도 주고 마일리지도 쌓아주는데 누가 제값을 주고 동네 책방에서 책을 사겠는가. 모임을 하면서 서로 정이 생기고 동네 책방이 왜 소중한지 알게 되면 제값을 주고라도 책을 사겠지만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동네 책방은 대부분 혼자서 일을 한다. 모임도 혼자서 기획하고 꾸린다. 모임을 하는 동안에는 책방에 오는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하지 못할 때도 있다. 더군다나 갑자기 도서관 납품 주문이라도 오는 날이면 모임도 안 되고 책방에 오는 사람들에게 눈인사도 제대로 못 한다. 납품 도서를 정가로 하면 좋겠지만 언제나 싸게 달라고 한다. 왜 국가기관에서 책을 주문하면서 싸게 살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동네 책방을 살리는 일이 아니라 일만 많아지게 해서 그나마 책방을 찾는 손님들을 살갑게 대할 수 없게 만드는 일이다. 책이 안 팔리니 납품 요구가 오면 마지못해 일을 하지만 일을 마치고 나면 허탈하기만 하다.
이번 지원 사업에는 책방 공간 사용료를 주어서 참 고마웠다. 한달에 70만원이 채 되지 않지만 70만원을 벌려면 700만원을 팔아야 한다. 700만원은 15일간의 매출이다. 책방 풀무질도 2년 전부터 책값을 10% 싸게 준다. 그러지 않으면 오던 사람도 안 오기 때문이다. 밥집이나 술집은 이익금이 50%가 넘지만 책은 평균 20%쯤 된다. 인터넷 서점은 동네 책방보다 이익률이 10% 가까이 높다. 유럽 대부분 나라에선 거꾸로다. 완전도서정가제일뿐더러 동네 책방에는 40% 이익금을 주고 인터넷 서점에는 20% 이익금에 택배비도 주문한 사람이 낸다. 물론 경품을 끼워주거나 마일리지를 쌓아주는 것도 없다. 책은 다른 공산품처럼 무조건 시장경쟁에 내놓지 않는다.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문화상품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번 작은 서점과 함께 하는 지원 사업으로 가난한 예술가들이 도움을 받아서 좋았다. 우리나라는 작가들이 책만 써서는 살 수 없다. 아주 이름난 작가가 아니고서는 다른 돈벌이를 해야 먹고살 수 있다. 책방 풀무질에서는 한달에 두번씩 작가를 모셨다. 그들에게 60만원을 드렸다. 그렇게 큰돈은 아니지만 생활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작가들이 글을 쓰는 데도 이런 이야기 마당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가 쓴 책을 읽고 짧은 평이라도 해주니 다음에 책을 쓸 때 도움이 되리라. 앞으로도 이런 사업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은종복
인문사회과학 책방 ‘풀무질’ 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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