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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2 16:29 수정 : 2019.06.12 19:10

안승진
굿네이버스 니제르 지부장

지구촌의 아동노동 이슈를 실감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에도 어김없이 6월12일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이 찾아왔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노동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이 꽤 많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세계아동노동보고서(2017년)에 따르면, 노동을 하는 아이들은 세계 약 1억5천만명에 이른다.

니제르의 가난한 시골에 살았던 루카야. 14살 어린 나이에 40만원의 결혼지참금을 받은 부모의 뜻에 따라 시집을 가야 했다. 이듬해 아들을 출산했으나, 나이가 어리고 잘 먹지 못한 탓에 출산 직후 빈혈 증세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어릴 때부터 가사와 농사일에 익숙했던 루카야는 17살인 지금도 연약한 몸으로 먼 곳에 있는 우물의 물을 긷거나 집안일을 도맡고, 우기철에도 밭에 나간다.

전세계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71%는 농사일을 하고 있다. 이 중 열에 여덟명은 가족의 일원으로서 대가를 받지 않는 생계형 가족농사에 참여한다. 또한 아동의 가사노동도 심각하다. 아동노동 인구 중 5400만명은 지금도 하루에 3시간 이상 집안일을 하는데, 이 중 63%가 여아다. 노동하는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아무래도 교육권의 박탈이다.

사하라 이남에 위치하여 국토의 절반 이상이 사막화가 된 나라 니제르. 내가 관리하는 지역개발사업장의 관내 전체 중등입학률은 28%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6년 이상 교실 증축, 식수 개발, 교사훈련, 교육기자재와 학용품 지원 등의 ‘희망학교 프로젝트’를 실시하여, 도움의 손길이 간 8개 희망학교에서는 중등 입학률이 두배로 높아졌다. 가사일와 농사일에 내몰렸던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급식을 제공받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왔다. 아이들이 공부함으로써 ‘공교육으로의 접근’이 아동노동 근절의 특효약임을 몸소 목격했다.

공교육률이 낮고 18살 미만 조혼율이 76%에 이르는 니제르에서 희망학교가 있는 마을은 주민들의 인식이 분명히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하루는 희망마을을 만들고 있는 콜로조고노에 주민들이 찾아와 방과 후에도 자녀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전기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초등학교 전력시설에 전기선을 이어서 마을 두곳에 가로등을 달아주었다.

이곳의 영농소득증대사업에 참여하는 지역농가 1000가구에는 비료를 대출받는 조건 중 하나로 ‘자녀를 농사일에 참여시키지 않는다’는 조항에 서명해야 한다. 가난과 관습 때문에 공공연히 행해지는 아동노동을 지역사회가 용인하거나 묵인해서는 안 되며, 이에 함구하는 마을 리더들과 무관심한 이웃 주민들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는 자녀들을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는 ‘일’이 아닌 ‘공교육’이며, 아동노동을 근절할 수 가장 확실한 수단이 ‘학교에 보내는 것’임을 강조한다. 아동은 노동의 즉각적인 값어치가 아닌 미래가치의 큰 자산으로 꾸준히 교육받고 보호받아야 한다. 굿네이버스는 아동노동을 근절하고 공교육의 권리를 확대하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고, 이를 위해 이웃과 주민들을 적극 참여시켜 이웃과 마을, 지역사회가 다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꿈을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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