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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24 17:35 수정 : 2019.06.25 13:33

김정욱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최근 여수산단에서 대기업을 비롯해 배출업체 200여곳이 여러해에 걸쳐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와 특정 유해물질을 비롯한 각종 오염물질의 측정값을 조작하거나 측정하지도 않고 허위로 기록한 행위가 적발됐다. 모두 실제 측정치보다 훨씬 낮게 기록했고 기준치를 초과한 사례가 많은데도 전혀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기록해 배출부과금을 면제받게 해줬다. 그런가 하면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영풍석포제련소에서도 허가를 받지 않고 지하수를 개발해 이용하고 있었는데 모든 지하수 시료에서 카드뮴이 기준치를 초과했고 수은, 납, 크롬도 일부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그 아래의 낙동강에서도 카드뮴이 반복적으로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국민들은 아직도 이런 범죄가 벌어지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사례가 이번에 적발된 기업에만 한정되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기업들은 이런 행위로 돈을 좀 더 벌었겠지만 국민들은 생명으로 그 값을 대신 치러주고 있다. 대기오염, 특히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률이 최근 급격히 높아지고 있어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질병인 폐암으로 숨지는 사람이 1980년대 이전에 연간 3천명 미만이던 것이 지금은 1만7천명 이상으로 늘었고 폐렴 사망자도 1만6천명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또 심장병 사망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안동댐이 식수원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우리 국민이 지불하는 비용이다.

기업이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하는 이유는 비단 도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범죄를 저지른 기업들은 망할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벌인 유엔 글로벌 콤팩트나 재생에너지를 100% 쓰자는 아르이100(RE100, Renewable Energy 100%) 운동은 기업들이 환경 책임을 다하라는 캠페인들인데, 세계에서 이름을 떨치는 유명한 기업들이 다 이들 협약에 가입하고 있어도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전혀 가입을 못 하고 있다. 우리 대기업들이 제품의 품질이 안 좋아서 물건을 못 파는 것이 아니라 이런 환경 책임을 다하지 못하여 장애가 되는 세상이 오고 있는 것이다.

정직하게 환경 책임을 다하지 않는 정부 아래에서 정직한 기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국제사회에 녹색성장을 제안하면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전망치 대비 30% 줄이겠다는 약속을 해서 국제적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석탄발전소를 대거 짓고 경유차 보급을 촉진하여 온실가스를 대폭 늘리고 미세먼지 문제를 악화시켜놓았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전망치 대비 37% 줄이겠다고 한 약속은 이명박 정부의 약속을 10년 연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역시 온실가스를 오히려 증가시켜놓았다.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이런 적폐를 청산하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여 약속을 지키고 정직한 환경정책을 펼쳐 기업들에 모범을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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