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3 21:43
수정 : 2020.01.14 02:37
구윤철 ㅣ 기획재정부 제2차관
국가채무가 700조원을 넘어(2019년 11월 기준) 나라살림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매월 재정운용 실적이 발표되다 보니 월별로는 일시적인 등락이 있다. 따라서 (월별로는) 예상치 못하게 나랏빚이 늘어나는 경우 당장에라도 큰일이 날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정보들이 쏟아진다.
그러나 정부는 연간 계획대로 나라 곳간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2019년 국가채무가 700조를 넘어간다는 계획은 이미 국회가 해당 예산안을 심의·의결한 2018년 12월 확정된 사실이다. 곧 2019년 국가결산 절차가 진행될 예정인데, 국가채무는 당초 계획했던 수준으로 관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우리 재정이 감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재정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혹자는 최근의 경제 상황이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경제위기가 아닌데도 정부가 확장재정을 사용하여 재정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의 세계적인 무역갈등, 경제구조 급변, 국내 인구구조 변화, 양극화 심화 등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는 복합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 건전성만을 목표로 손을 놓고 있어야만 하는가?
정부는 ‘국민중심·경제강국’을 구현해야 한다는 확실한 목표를 두고 재정을 운용하고 있다.
2020년 예산안은 수출·투자에 생기를 불어넣고 소재·부품·장비의 자립화를 위해 산업분야 예산을 높은 수준으로 편성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D·N·A(데이터, 5G 네트워크, AI)+빅 3(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육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예산도 10년 내 가장 큰 폭으로 편성하였다. 이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복지분야 예산도 2019년보다 10% 이상 늘렸다.
정부는 적재적소에 투입한 재정을 생산적으로 사용할 것이다. 불요불급한 지출은 과감히 구조조정하며, 경기 뒷받침 예산은 ‘최대한 조기집행’ 하고, 포용적 복지예산은 ‘최대한 적기집행’ 할 것이다. 재정의 조기집행은 무리하게 빚을 내어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확정한 연간 예산 총량 범위 안에서 최대한 지출하여 재정의 승수효과를 극대화하고 국민 체감도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생계급여 등 주요 복지급여는 차질 없이 지급되도록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재정 건전성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 중기적으로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중반 수준으로 예상되나,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이하다. 다만,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변화 등이 재정에 미칠 영향에 미리 대비하고 있다. 그래서 2065년까지의 재정변화를 들여다보는 장기재정전망을 추진한다. 최적의 재정정책 방향을 가늠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재정정책을 비판할 때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격언이 흔히 인용된다. 정부 정책이 가져올 기회비용이나 부정적인 측면도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막연하게 부정적 측면을 확대재생산하는 근거 없는 불안감이 자기실현적 위기를 초래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시각에서 정부 정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국제기구와 외국투자자 등 국외에서는 우리의 재정 건전성과 경제의 기초체력이 견고하며 확장재정을 통한 선제대응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많다. 적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경기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고 성장잠재력의 토대를 다질 수 있다. 정부는 그 과실로 얻게 되는 경제성장이 재정을 더욱 건실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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