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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저는 중국에서 온 유학생입니다 / 장시눠

등록 2020-03-18 17:46수정 2020-03-19 17:28

중국에서 온 유학생인 장시눠라고 합니다. 저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박사과정에 입학해 경남 창원에 있는 한 연구소에서 공부할 예정입니다. 중국 선전대학교에서 응용화학으로 학사학위, 영국 버밍엄대학교에서 화학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이번에 여러 경험을 하면서 어려움도 많이 겪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착하고 좋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덕분에 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타국인 이곳에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제가 입학하는 과정은 더 쉽지 않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난관이 많았습니다. 제 학위와 성적 증명서의 공증을 중국에서 받아야 했는데, 공증 기관이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업무를 무기한 연기하였습니다. 결국은 미국의 아포스티유(Apostille: 공문서 국외 인증제도)에 의뢰하였고,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도 자료 제출 기한을 연기해주었습니다. 지원 과정에서 학교 교수진의 안내는 물론이고, (한국으로 오기 앞서) 격리시설 연락, (도착 뒤) 시설 교통편까지 살펴주는 등 실로 다양한 도움을 학교 쪽으로부터 받았습니다.

하지만 공항에서 또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제 비행편은 중국에서 인천공항, 그리고 인천에서 부산 김해공항으로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감염병 격리로 인해 중국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가 연착되었습니다. 원래는 저녁 8시에 부산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이튿날 아침 6시 비행기로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앞날 승무원 한명이 확진을 받게 되면서, 저는 정말 무섭고 당혹스러웠습니다.

연구소의 주선으로 14일 동안 자가격리할 장소인 창원의 경남이주민센터에 이튿날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그날은 정말 추웠습니다. 저를 처음 맞아주었던 여성분이 따뜻한 커피를 주셨는데, 덕분에 몸도 마음도 녹일 수 있었습니다. 바이러스 검사를 위해 병원에 데려다주시기까지 했습니다. 또 매일 저를 위해 식사를 주문해서 직접 가져다주시고, 제가 필요한 물품들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사실 이분들이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닌데도 기꺼이 저를 도와주셨고, 그것 때문에 결국 업무가 더 많이 늘었을 것입니다.

제 가족과 저는 한국에 오기 전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하였고, 코로나19 때문에 중국인이라서 나쁜 대우를 받게 될까 봐 걱정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러나 여기 와 실제 일들을 겪으면서 제 걱정이 부질없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분이 정말 친절히 대해주셨고, 저를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십니다.

인터넷에는 한국과 중국 사람들이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글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그들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은 서로를 편견 없이 대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인과 중국인이 서로에 대해 편견을 갖는 것은 잘못된 정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언론을 통해 유통된 정보들이 그 진실성을 잃게 되고 대중을 오해하게도 만듭니다.

한국에는 중국인 유학생과 노동자들이 많이 와 있으며, 중국에 가 있는 한국인 유학생과 노동자들도 많습니다. 저는 한국과 중국이 비슷한 역사와 문화를 지녔으며 생김새도 비슷하고 문화적·경제적으로도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이 정상적이지만 모순 또한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바이러스 발생 후 중국으로 의료품을 제일 먼저 보내준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중국의 여러 부처에서도 한국에 여러 물품을 적극적으로 기부하였습니다.

저는 현재 14일 동안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학교로 와서, 연구소 캠퍼스 인근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사태의 소용돌이 속에서 처음 한국에 입국하여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이제 한국의 코로나19 상황도 나아지고 있으니, 저의 한국 유학 생활의 시작은 행운과 행복이 함께 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중국 당나라를 여행했던 신라의 최치원이라는 문인이 쓴 시 한편을 나눠볼까 합니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대구에 마스크를 기부할 때 보낸 시구이기도 합니다. ‘도불원인 인무이국’(道不遠人 人無異國). ‘도는 사람과 멀리 있지 않고, 사람은 나라에 따라 다르지 않다’는 뜻입니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주: 지난 3월12일치 ‘왜냐면’에 실린 ‘한 중국인의 고백’은 포털 등에서 호응뿐만 아니라 일부 누리꾼의 혐오 댓글도 이어져 투고자가 “많은 상처를 받고 있다”고 알려왔고 요청에 따라 디지털에서 삭제했습니다. <한겨레>는 또 다른 중국인 투고자의 글을 게재할지 판단함에 있어, 예측되는 사정을 고지하고 상의했습니다. 그럼에도 장시눠씨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습니다. 전공과 소속은 <한겨레>가 생략했습니다. 영어로 투고했으며 번역은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가 도왔습니다.)

장시눠 l 중국인 유학생·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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