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수 ㅣ 국토연구원 원장
18일 국토교통부는 2020년 전국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하고 의견 청취에 들어갔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부동산의 가치 평가뿐 아니라 재산세, 취득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과 지역건강보험료 부과,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급여, 국가장학금 대상자 판단 기준 등에 널리 활용된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이처럼 국민 세금과 보험료 부담, 복지 수혜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시가격은 해마다 현재 적정 가격을 공시하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그동안은 시세보다 공시가격이 한참 낮은 수준이었다. 2019년의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공동주택 68.1%, 단독주택 53.0%, 토지 64.8%에 그쳤다. 더욱이 단독주택이 공동주택보다, 고가 부동산이 저가 부동산보다 시세반영률이 더 낮았기 때문에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서울 강남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치솟을 때마다 부동산 가격 안정과 불로소득 환수 차원에서 보유세를 올리고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라는 시민단체들의 요구도 높아졌다. 정부는 재작년 9·13 부동산 대책에서 공시가격을 점진적으로 현실화하고 유형과 가격별로 형평성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하였고, 지난해 12월에는 이를 구체화한 부동산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을 내놓았다.
올해 초 확정 공시한 표준주택과 표준지에 이어 이번에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살펴보면 정부 방침대로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높아져, 그동안 저가 주택 소유자가 고가 주택 소유자보다 부담률이 더 높았던 역진 현상이 줄어들었다.
이번에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높아지긴 하였지만 여전히 시세의 80%에 미치지 못한다. 공시가격이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여 한꺼번에 현실화할 수는 없지만 꾸준히 시세반영률을 더 높여나가야 한다. 공시가격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역시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법적 근거는 마련되었지만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는 상가나 업무용 건물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에도 과세 공정성 차원에서 가격 공시제도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적절하게 책임을 분담할 필요도 있다. 지방정부는 지방세인 부동산 세금의 사용자이자 지역 복지의 공급자이며 지역 부동산 상황을 중앙정부보다 더 잘 알기 때문에 공시가격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시가격 현실화를 포함한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다.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부동산 정책의 핵심 기조가 정권에 따라, 경제 상황에 따라 계속 널뛰어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안에 만들겠다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확정된다면 정치나 경제 상황에 흔들리지 말고 일관되게 실천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