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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탱크를 녹여 호미로”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제언 / 안김정애

등록 2020-04-29 18:13수정 2020-04-30 02:06

안김정애 ㅣ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공동대표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월남민 부모님을 둔 가족사가 배경이 되어 한반도 분단사를 전공한 사람으로, 엔지오 여성평화단체와 3개 인권침해 관련 과거사 위원회에서 근무를 하면서 군사주의의 폐해와 시민안보의 필요성을 절감한 시민입니다.

모두 동의하는 바와 같이 한반도 분단사를 정리하지 않고는 우리 8천만 겨레가 정의롭고 공평한 공동체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기존의 친일파 청산 실패와 군사주의, 그리고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가부장제는 우리의 분단과 불가분의 모습으로 얽혀 있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소수자 그룹이 배제되고 차별받는 모습으로 이 땅에 모순을 드러내어 분단의 피해자들은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이미 유엔에서는 전세계 전쟁과 갈등 예방, 평화협상과 정착 과정에 무차별 살상무기를 전제로 한 기존의 군사적인 수단에 의존하는 ‘안보’가 아닌 ‘인간안보,’ ‘시민안보,’ ‘여성안보’(유엔 안보리 결의 1325)가 필수적이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지구적인 ‘지속가능한 발전’(SDGs)을 위해서도 일반 시민과 약자의 안전이 최우선시되는 안보 개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데에 많은 평화시민의 생각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진행 중인 하향식(top-down) 방식도 유효하겠습니다만, 풀뿌리 민주주의를 전제로 한 하의상달식(bottom-up) 방식은 많은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동의로 지속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한반도의 평화프로세스는 ‘평화 공존’의 시기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70년 이상 지속된 남북한의 상이한 체제와 제도, 국민의 인식과 행동이 한순간 통일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여 시민의 평화공존책을 수렴하고 함께하는 부서, ‘시민안보 담당관’을 국가안보실에 설치해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시민안보 담당관’은 시민과 정부가 힘을 합치는 거버넌스의 형태로 기능할 것입니다. 우선 시민안보 담당관의 업무 영역으로 제안드리고 싶은 것은 ‘판문점의 평화지대화’ 프로젝트입니다. 단순한 일회성이나 이벤트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방편으로 ‘땅’을 매개로 한 방법, 즉 ‘판문점 주말농장’을 설치한다면 매주 남북의 시민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농사를 짓고 공동체를 이루며 한반도 평화 정착의 방안을 토론하는 귀중한 장이 될 것입니다. 평화에 관심 있는 개인, 가족, 단체들이 모여 호미로 농사지으며(일명 ‘호미 프로젝트’) 남북한의 평화 공존을 노래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개인 사유가 아닌 공공재로서, 그리고 70년 분단의 역사 현장으로서의 판문점 ‘땅’은 여러 의미를 가질 것이고,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개성과 금강산에도 동일한 프로젝트가 확대 시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일정 기한과 땅의 분배를 전제로 남북한뿐만 아니라 전세계 평화시민이 직접 판문점 땅을 경작함으로써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필요성을 홍보하며, 먹거리 정의와 남북 어린이 밥상 안전 지키기, 생태순환 유기농법 정착, 기후재앙 방지, 환경보전 등의 목적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새로이 구성되는 21대 국회는, 어느 때보다도 시민이 적극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 공존의 비전을 위해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과 국가보안법 폐지 등에 노력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문정현 신부께서 기자들로부터 “왜 늘 지는 싸움을 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으셨을 때 “탱크를 녹여서 호미를 만들려고 싸우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셨다지요. 저는 우리 남북 시민들과 세계평화 시민들이 작게 가꾸는 땅의 평화가 곧 군사주의와 분단이라는 편협한 물줄기를 벗어나 커다란 평화의 장강이 되어 넘쳐흐를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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