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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질병관리청 조직안 전면 재검토’ 대통령 지시가 타당한 이유 / 안종주

등록 2020-06-05 13:21수정 2020-06-05 14:06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연합뉴스

안종주

단국대 보건복지대학원 초빙교수

명화는 쉽게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밑그림부터 잘 그려야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밑그림을 바탕으로 세세한 붓 터치와 마무리도 중요하다. 세기의 걸작은 그렇게 완성되는 것이다. 새롭게 만드는 조직도 마찬가지다. 설계가 중요하다. 왜 그 조직을 만드는지 철학과 정신이 녹아 있어야 한다. 현실에 뿌리를 두되 미래를 내다보고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가 끼어들면 여자를 그리려다 남자가 탄생한다. 앞으로 그 조직을 꾸려갈 사람, 당장 그 조직을 맡게 될 사람과 구성원들을 믿지 못해 이것 빼고 저것 빼고 한 뒤 조직을 만들면 그 조직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아무리 용빼는 능력과 의지를 지닌 사람이 오더라도 조직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우리는 코로나19라는 희대의 감염병 재난을 맞아 혼돈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대 들어와서는 1918~19년 스페인 독감 이후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부랴부랴 질병관리청을 만들겠다고 한다. 잘한 결정이다. 신설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질병관리청을 만들어 앞으로 쏟아질 치명적 신종감염병과 재유행감염병에 대처하자는 목소리는 이미 17년 전에 나왔다. 질병관리청 신설은 2003년 사스를 겪었던 노무현 정부 때 나왔다. 필자가 보건복지전문기자로 있으면서 <한겨레>에 2003년 4월 중순부터 보름 남짓 동안 △‘뛰는 전염병, 기는 방역체계>(2003년 4월22일) △보건원, 질병관리청 승격 추진- 김 복지 “전염병관리체계 강화”(2003년 4월16일) 등 질병관리청과 전염병연구소 신설을 촉구하는 기사를 다섯 차례나 기획·인터뷰·스트레이트 등 다양한 형태의 기사로 다루었다. 하지만 당시 노무현 정부는 국립보건원을 지금의 질병관리본부-국립보건연구원 체제로 바꾸는 데 그쳤다. 그리고 그 뒤 필자를 포함한 일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예상한 대로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맞닥뜨렸다.

정부는 뒤늦게, 17년이나 지각해 질병관리청을 만들기로 하고 정부조직법개정안을 내놓았다. 그 내용을 톺아보니 ‘기름 빼고 따귀 뺀 설렁탕’이었다. 오누이처럼 있던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본에서 떼어내고 새로 만들 감염병연구소도 보건복지부가 가져가는 것으로 돼 있다. 기름 빼고 따귀만 뺀 것이 아니라 맛깔난 깍두기 김치까지 가져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놈’이 들이닥칠 경우 잘 이겨낼 수 있을까. 한숨부터 나온다. 지난 메르스 사태 때 행정관료가 전문관료 위에서 컨트롤하면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당시 책임은 보건복지부 고위 행정관료가 아니라 지금의 정은경 본부장과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 등 의사 출신 관료들이 도맡아졌다. 코로나19를 이 정도로 막아내고 있는 것에 대한 공은 국민-보건의료인-질본의 순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데 재주는 이들이 부렸는데 돈은 보건복지부 관료들에게 간다는 비아냥이 시중에 돈다. 괜히 이런 말이 도는 것이 아니다. 밑그림을 처음부터 다시 그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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