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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고용노동부의 말은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 우삼열

등록 2020-07-29 17:28수정 2020-07-30 11:36

네팔, 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2019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노동 3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대회를 마친 뒤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네팔, 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2019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노동 3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대회를 마친 뒤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7월20일 <문화방송>(MBC) 뉴스에서 “퇴근이란 말이 나와?”라는 제목의 보도가 있었다. 이주노동자가 회사를 ‘마음대로 그만둘 수도 없’고, 이는 “노예 계약이라고 불리는 ‘고용허가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보도에 대해 7월21일 누리집 ‘언론보도 설명’란에 해명자료를 실어 “근로자에게 추가 취업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취업활동기간 3년 중 3회(재고용 기간 내 2회)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고 있음”이라고 밝혔다. 뉴스 내용이 사실이 아니며, 이주노동자들이 3회까지 자유롭게 근무처를 옮길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발표는 지난 6월10일 “외국인 근로자는 취업활동기간 중 3회(재고용의 경우 5회)까지 사업주의 승인이나 동의 없이 이직이 가능함”이라고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밝혔던 것과 같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이 발표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일선 고용센터에서는 본부의 발표내용을 인정하지도 않으며 지키지도 않는다. 이를 직접 확인한 대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 6월 충남 아산시에서 필리핀 이주노동자가 산재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이 회사에는 필리핀 이주노동자 2명이 일하고 있었으며, 한 명이 사망하게 되자 나머지 한 명이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그는 불안감과 불면증으로 고통을 받았고, 결국 신경정신과에서 수면제 처방을 받아 치료를 받게 되었다. 친구가 죽은 이 회사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7월24일 관할 고용센터를 방문해 ‘사업장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회사를 변경한 적 없었다. 그는 ‘3년간 3회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다는 7월21일자 고용노동부 발표 자료를 직접 가져가 고용센터 직원에게 보여주기까지 했다.

이때 황당한 일이 일어난다. 고용센터의 담당자가 그의 근무처 변경 신청을 처리하지 않고 회사에 전화를 해 고용변동 신고 처리를 할 것인지 여부를 물었던 것이다. 27일 노동자가 다시 고용센터를 방문해 처리 결과를 묻자 담당자는 회사 측에서 고용변동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처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이주노동자의 ‘자발적인 근무처 3회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회사 측이 고용변동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직장 이동을 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함께 일하던 유일한 고국 친구가 죽어 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이주노동자가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날 수 없다면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제도인가? 직장 변경을 원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해 고용센터가 그의 변경 횟수를 확인한 뒤 처리하기는커녕 회사 측의 신고 서류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으니 과연 이것이 공공기관의 정당한 역할인가? 게다가 사실과 다른 보도자료가 버젓이 고용노동부 누리집에 올라와 있으니, 대체 어느 공무원의 말을 믿으란 말인가?

이런 상황을 겪으며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를 고용주에게 종속시켜 사실상 소유물로 전락시켰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들을 노예화하는 비정한 정책을 조속히 중단하기 바란다. 그리고 더 이상 허황된 보도자료로 이주노동자들을 절망에 빠뜨리지 말기 바란다.

우삼열|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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