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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제주에 공항 두 개가 필요할까 / 이영웅

등록 2020-08-19 17:32수정 2020-08-20 02:40

이영웅 /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제주의 공항 인프라 확충 방안으로 제2공항을 추가 건설하기로 한 것은 2015년 11월이었다. 저비용항공사들이 제주노선에 대거 취항하면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자 향후 수요까지 고려하여 추진된 정부 정책이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현 제주공항을 없애고 대규모 신공항을 건설하는 방안, 현 제주공항을 확장하여 활용하는 방안, 현 제주공항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추가로 제2공항을 건설하는 방안 등 세가지 대안의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을 진행했었다. 타당성 검토 결과에 대한 제주 지역사회의 반향은 매우 컸다.

먼저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에 대한 여러가지 의문이 제기되었다. 신공항 건설 대안은 용역 과정에서 타당한 이유 없이 제외되었고, 현 제주공항 활용 방안은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았다. 특히 현 제주공항 활용으로도 미래 수요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는 외국 전문기관의 검토 보고서는 국토부에 의해 은폐되었다. 누가 봐도 제2공항 건설이라는 특정 대안을 합리화한 용역이라는 인상이 짙었다.

둘째, 제2공항 후보지 선정 과정은 데이터 조작과 편파적인 평가로 일관하며 후보지 지역주민과 지역여론의 반발을 샀다. 국토부가 최종 선정한 성산 후보지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타 후보지는 용역 과정에서 활주로 위치를 임의로 옮기는 방법으로 탈락시켰다. 앞선 용역에서 검토되었던 최적의 후보지는 아예 처음부터 제외시켜 제2공항 후보지로 검토도 하지 않았다.

셋째, 부정확한 수요예측으로 무리한 신규 공항 건설을 추진한다는 지적이다. 사전타당성 용역 당시 향후 2045년 제주의 항공수요는 연간 4557만명으로 예측하여 제2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항공수요 예측이 4043만명으로 줄었고, 기본계획 용역에서는 3891만명으로 더 줄어들었다. 이 정도의 항공수요라면 현 제주공항을 개선하여 활용하더라도 충분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현재 제주도 전체 인구의 16∼20%는 체류 중인 관광객이다. 지난해 제주도 관광객 수는 1528만명으로 하와이, 오키나와 관광객 수보다 2배 가까이 많다. 그렇다 보니 쓰레기 및 하수 처리시설은 과부하 상태이고, 자동차 증가로 제주시내는 서울의 교통난과 다를 바 없다. 관광객 증가와 비례하여 해안에서부터 한라산 자락까지 마구잡이식 관광개발도 크게 늘었다. 과잉관광으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상황이지만 국토부와 제주도는 제주에 공항 하나를 더 지어 지금보다 더 많은 관광객을 수용하겠다는 발상이다. 관광객 증가에 대비해 물리적 수용력을 높이기 위한 환경기초시설들을 보강하는 계획도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섬이라는 제주의 지리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다. 제주는 이미 환경수용력의 한계를 넘어섰다. 제2공항을 건설하여 4000만명의 항공수요를 감당한다고 하더라도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이 많은 관광객을 환경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제주섬이 하나 더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제주도민들은 국토부의 제2공항 건설 강행을 우려한다. 제2공항 문제는 도민의 의견 수렴 결과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공항 인프라의 대안도 결정하자는 것이다. 국토부와 제주도는 이를 거부한 상황이고, 그나마 제주도의회가 도민 의견 수렴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 여행지로서 제주 본연의 모습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들어가려는 지역공동체의 바람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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