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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필수노동자, 하루만 없다면? / 정원오

등록 2020-09-07 18:40수정 2020-10-19 10:19

정원오 ㅣ 서울 성동구청장

지난 8월14일은 국내 택배산업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맞는 ‘택배 없는 날'이었다. 이날은 쉴 새 없이 바빴던 택배 기사들이 처음으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게 됐다는 점과 함께, 그들의 노고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가지는지 새삼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만약 택배 기사들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 정작 필요한 이들이 생필품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택배 기사들은 재난 상황에서도 우리 사회가 멈추지 않고 제대로 기능하게 한 숨은 영웅들이었다.

이처럼 우리 곁에 너무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몰랐던 이들이 있다. 생각해보자. 병원에서 의료진을 지원하는 청소원·급식조리원·세탁원 등이 모두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또 요양보호사·생활지원사 등 사회적 약자를 살피는 이들이 하루만 없다면 어떻게 될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어났던 ‘돌봄 공백' 현상을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그 답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과 같이 하루만 없어도 우리의 일상이 멈춰버리는 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미국에서는 ‘에션셜 워커'(essential worker), 영국에서는 ‘키 워커'(key worker)라고 부른다. 우리말로는 ‘필수노동자'다.

필수노동자의 일들은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것이 대부분이다. 사회를 유지하고, 특히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현장에서 노동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코로나19로 록다운 현상을 경험한 미국·영국·캐나다 등에선 필수노동자의 헌신을 다시 생각하자는 움직임이 일었고, 이에 발맞춘 지원 정책이 생겨났다. 그런데 방역에서는 한발 앞서왔다는 평가를 받는 우리나라에서는 ‘필수노동자'라는 개념조차 생소한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성동구는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오는 10일 공포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 성동구는 위험의 최전선에서 우리의 일상과 사회 기능을 유지시키고 있는 필수노동자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성동구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정부와 국회도 관심을 갖고 이들을 위한 법률과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만약 필수노동자가 하루만 없다면?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노동자들의 노력이 케이(K)방역을 성공시켰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차례다. 필수노동자의 특별한 헌신과 공헌에는 특별한 존중과 지원으로 화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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