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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코로나19에도 인구주택총조사를 하는 이유 / 강신욱

등록 2020-10-14 17:52수정 2020-10-15 02:40

강신욱 ㅣ 통계청장

“통계수치로 계량화되지 않으면, 우리의 지식은 보잘것없고 만족스럽지 않게 된다.” 영국의 물리학자 켈빈 경의 말이다. 통계가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는 데는 ‘통계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통계가 없다면 신문에 등장하는 물가상승률, 실업률, 소득, 인구증가율, 경제성장률, 주가지수, 환율 등 계량화된 숫자들이 모두 사라질 것이다. 이럴 경우 우리는 현실을 이해할 수도, 사회현상을 분석할 수도 없게 되고 미래 예측은 점성술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인구통계가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난달 말 미국의 인구센서스가 종료됐다. 인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은 연방 하원의원 수를 조정하고 연방보조금 및 지원금도 분배를 한다. 인구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주는 수십억달러의 예산과 연방 하원 의석, 대통령 선거 대의원까지 잃을 수 있다. 미국에 있는 한인들도 인구센서스 참여 독려 캠페인을 활발히 전개했다. 인구조사에 적극 참여를 하면 한인 커뮤니티에 공립학교도 세워지고 아이들 급식의 질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증가하면 한인 시의원 선출 가능성이 높아져 한인 커뮤니티의 지역 내 영향력도 높아질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도 5년마다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한다. 조사 결과는 먼저 인구구조 분석 및 장래 인구추계에 활용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보험료율과 국민연금 지급 수준 등을 결정하고 병력수급 대책 등도 마련한다. 표본조사가 처음 실시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통근과 통학에 60분 이상을 사용하는 우리 국민의 비율은 2010년 15.2%에서 17.8%로 2.6%포인트 높아졌다. 이 결과를 분석해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교통불편을 해소할 정책을 내놓았다. 또한 이해 처음 조사된 경력단절여성 현황에 대한 통계는 이들을 위한 취업지원 서비스와 고용 향상 정책에 활용되고 있다.

오늘(15일)부터 실시하는 올해 인구주택총조사는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전수조사의 경우 국민에게 직접 묻는 대신 주민등록부, 건축물대장과 같은 행정자료로 대체하고, 경제활동 상태 및 직업, 주차 장소와 소방시설 보유 여부 등 좀 더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한 자료는 국민 20%를 표본으로 선정해 조사를 진행한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는 인터넷 조사를 피시(PC)에서 모바일까지 확대하고, 전화로도 응답할 수 있도록 콜센터의 기능을 강화했다. 방문조사에서는 기존에 사용했던 종이조사표를 없애고 대신 조사원에게 지급한 태블릿피시에 직접 기입하는 전자조사 방식을 도입했다.

정책 수요와 지난 5년간의 사회 변화상을 반영해 ‘안전과 환경’ ‘반려동물’ ‘활동제약’ ‘1인가구 사유’ 등이 새로운 조사항목으로 추가됐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20%를 표본으로 선정해 조사를 진행한다. 외국인 조사대상자들을 위해 통계청은 올해 10개 언어로 된 조사표와 리플릿, 영상을 준비해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인구센서스는 국적자나 시민권자에 한하지 않고 특정 국가에 조사 당시 머물고 있는 모든 거주자를 전부 파악하는 것이 국제관례다. 불법체류자 또는 미등록 외국인도 조사에 응한다고 해서 단속이나 처벌 등 불이익은 없다.

일본도 이달 초 국세조사(國勢調査)라 부르는 인구센서스를 마무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70만명의 조사원 모집과 현장 대면조사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전수조사를 대신해 우리처럼 등록센서스와 표본조사를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은 올해 처음으로 인터넷 조사를 도입했다.

2015년에 인터넷 조사 참여율 45.8%를 기록할 정도로 국민에게 익숙해진 비대면 조사 방식의 확대와 단 한명의 확진자 발생 없이 지난 총선을 안전하게 치른 케이(K)-방역의 힘까지 더해 올해 인구주택총조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우리의 총조사가 인구센서스의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조사 참여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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