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익근ㅣ계명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코로나19로 인하여 해외여행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감염을 우려한 관광객들은 자연친화적인 관광지를 찾게 되면서 어촌이 관광목적지로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텔레비전 낚시프로그램의 인기로 2030세대와 여성,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여가낚시 인구가 부쩍 증가하였다. 해양수산부는 생활낚시 인구를 1000만명, 시장 규모를 2조5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어 어촌관광의 미래를 밝게 한다.
해수부와 한국어촌어항공단은 철저한 방역위생 관리와 안전여행 홍보로 어촌을 안심 여행지로 인식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으려면 전에 없던 매력자원을 보강해야 한다. 여태까지 어촌관광은 갯벌체험과 수상레포츠가 대표상품이지만 그나마 대부분 여름 한철 활동이다. 어촌 민박업소도 82% 이상이 연간 30일을 밑도는 영업을 하고 있어서 계절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촌관광을 위해서는 계절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여행에는 음식이 빠질 수 없다. 일부러 먼 거리의 식당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는 음식관광이 여전히 인기가 있다. 그러나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어촌 음식을 꼽으라면 생선회만 떠오를 정도로 다양성이 부족하다. 어촌마다 특색 있는 제철 수산물을 적극 활용해보면 어떨까?
미국 남동부의 어촌에서는 장작불로 굴(석화)을 쪄내고 새우, 옥수수, 소시지, 감자 등을 삶아내서 맥주와 함께 즐기는 로 컨트리 보일(low country boil)을 전통적으로 즐긴다. 필자도 조지아주에 살고 있을 때 동료 교수의 초대로 처음 먹어봤는데, 아직도 그 맛과 파티 분위기에서 느낀 감동을 잊을 수 없다. 간단한 조리이지만 이런 음식을 맛보려는 투어와 축제도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산물을 별나게 좋아하는 편이니까 어촌에서 ‘시그니처 음식’으로 키워볼 만하다.
외국의 낚시대회를 보면, 대회 참가자들은 식구나 친구들과 함께 최소 하루는 어촌에서 숙박하면서 해산물도 맛보고, 음식도 먹고, 기념품도 사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도 좋고 관광객 유치에도 기여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 전역을 순회하면서 열리는 배스낚시 세계챔피언대회는 많은 주에서 서로 유치하려고 경쟁한다. 유럽, 일본 등 세계 언론사들이 생방송을 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대회 마지막 날에는 시상식과 더불어 주민들도 함께 참여하는 흥겨운 축제를 연다.
국내에 수많은 지역축제가 있지만, 낚시대회는 손꼽을 정도인데다 그나마 많이 알려진 곳도 없다. 그렇지만 동·서·남해안은 계절별 어종에 따라 낚시대회를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낚시대회를 단순한 고기잡이 경쟁에 그치게 하지 말고, 엔터테인먼트를 겸한 축제로 발전시킨다면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어촌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유럽이나 북미의 유명한 항구에서는 낚싯배 선장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관광객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데 이것을 차터 피싱(charter fishing)이라고 한다. 관광객들이 배를 빌려서 낚시하는 것이니 용선낚시라고 하는 것이 더 적확하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는 제주, 통영, 여수, 서산, 영덕 등지에 용선낚시가 있지만, 낚싯배의 품질이나 고객서비스가 열악한 편이고, 규모도 영세하다. 당장은 어려우나 기술력이 있는 중소 조선사가 보트를 개발하고 거기에다 서비스 개념을 가미한다면 용선낚시업도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국내여행에 관심이 높아진 이때가 어촌으로 관광객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계절성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해양레저자원을 갖춘다면 어촌관광의 매력을 한층 높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