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덕순 ㅣ KAIST DIRC 위원·갈렙앤컴퍼니 M&T모든 출발은 ‘내가 나’인 것에 대한 증명부터이다. 어떤 사회적인 활동을 하더라도 ‘내가 나’라는 증명을 위해서 우리는 국가가 인정한 신분증을 제출해야 한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공무원증, 외국인증, 장애인등록증, 국가유공자증, 청소년증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오프라인 신분증 체계는 몇 가지 문제점이 계속 지속되고 있다. 첫번째는 오프라인 신분증 분실과 위·변조로 인한 범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주민등록증의 경우 연간 300만건 재발급 중 78%에 해당하는 230만건이 분실·훼손 등에 의한 것이다. 두번째는 오프라인 신분증에 들어 있는 많은 정보가 금융, 통신, 포털,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 회사에 필요 이상으로 저장되고, 정보가 해킹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지능정보화 사회에 들어와서 온라인상으로 개인의 신분에 대한 증명을 해야 할 일이 많아졌는데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천송이 코트 사건과 올해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폐지를 기억해야 한다. 온라인에서 ‘내가 나’라는 증명은 복잡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활동과 온라인 금융경제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신원인증은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해외는 어떨까? 미국, 영국, 일본, 에스토니아 등 많은 나라들이 최신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디지털 신원인증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정부도 올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서 과거부터의 정책에 연계하여 지능형 정부의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2025년에 공공서비스 디지털 전환율 80% 이상을 목표로 하여, 디지털(모바일) 신분증에 기반한 올디지털(All-Digital) 민원 처리 등 비대면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디지털 신분증을 만들기 위해서 블록체인, 디아이디(DID, Decentralized Identifier), 에스에스아이(SSI, Self Sovereign Identity)라는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분산 원장으로 각 블록체인 노드들의 합의에 의해 원장 정보를 변경하는 것으로서 아직까지는 해킹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아이디는 블록체인을 기반 기술로 하여 중앙집권형 정보 오남용을 방지하는 탈중앙화 형태의 신원증명 구현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자기주권 신원인증(SSI)이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 꼭 필요한 개인정보만을 제공하도록 한다. 올해 정부의 데이터3법 개정안으로 허용된 마이데이터와도 일맥상통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들이 복잡하긴 하지만 오프라인 신분증에서 디지털 신분증으로의 전환이 필연적이고, 이때 고려할 수 있는 현존하는 최신 기술이라는 점에 업계의 의견이 모아진다. 다행히 정부(행정안전부)가 방향을 잡고, 올해 디아이디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 공무원증 사업을 시범적으로 진행 중이다. 또한 향후 5년간 운전면허증, 장애인등록증, 국가유공자증, 청소년증에 대한 디지털 신분증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 그 사업의 결과가 기대된다. 정보화에 앞선 대한민국이 지능정보화 사회에서도 세계적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