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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행정사무의 민간위탁, 공공성 회복 위한 재직영화와 함께 / 박주영

등록 2020-12-02 18:02수정 2020-12-03 02:08

박주영ㅣ민주노총 법률원 부원장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책 당시 3단계 전환 대상에 민간위탁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2월 정부는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을 발표하며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각 기관이 민간위탁 타당성을 자율 심의하도록 하여 정규직 전환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고, 민간위탁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민간위탁 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명칭에 관계없이 법률에 규정된 행정기관의 소관 사무를 민간에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민간위탁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민간위탁은 ‘행정기관이 수행해야 할 소관 사무’로서, 용역·파견보다 더 높은 공공성이 요구되는 업무인데 왜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될까.

정부는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민간위탁의 장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단다. 민간위탁의 장점이란 민간위탁의 전문성과 효율성. 그러나 간접고용 방식인 민간위탁은 한 단계 더 거쳐야 하는 업무 구조상 비효율성을 낳는다. 사실 민간위탁의 효율성이란 최저낙찰제를 적용하는 저임금 구조와 사용자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관리의 편의성이다. 그런데 이런 의미의 효율성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용역 파견도 마찬가지라서 전환 제외의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민간위탁의 장점은 전문성 활용이라는 것인데, 이것도 의문이다.

발전, 가스 등 공공부문에서 쌓아온 기술력은 민간위탁 이후 민간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공공부문의 기술력 정체를 초래했고, 규모의 경제가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민간의 독과점 시장을 형성하며 경제적 비효율성을 증가시켰다. 위험이 외주화되면서 노동자에게 생명을 위협받는 일터가 되었고,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는 노동자들로부터 나오는 공공성의 가치를 평가절하했다.

오히려 민간위탁은 전문성 있는 업무, 용역은 단순한 업무라는 이상한 이분법이 새로운 차별과 비정규직 고착화를 낳았다. 전문적 업무라고 포장된 민간위탁 노동자는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되었고, 용역에서 정규직 전환된 공무직은 단순노무직이라 깎아내리며 새로운 차별로 계층화되었다.

정부는 지난 6월 민간위탁의 문제점을 해소하겠다고 행정사무에 관한 민간위탁법률안을 발의했다. 민간위탁 심의기구를 만들고 위탁기관의 관리감독 권한 강화, 수탁기관의 평가절차 마련을 주된 내용으로 하지만 민간위탁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부적절한 위탁을 재직영화하는 절차는 명시하지 않았다. 민간위탁 노동자의 보호는 법적 강제력 없는 가이드라인에 남겨놓은 채 법적 보호에서 배제했다. 결정적으로 중앙행정기관 민간위탁에 국한하여 민간위탁의 87.2%(2018년 기준)를 차지하는 지자체 민간위탁은 제외된 반의 반쪽짜리 법안이다.

지난 7월 정의당 이은주 의원 대표발의로 민간위탁 정상화 법안이 발의되었다. 중앙행정기관만이 아니라 공공부문 전체 민간위탁을 포함하고, 민간위탁 노동자에 대한 보호규정을 법제화했으며, 위탁기관의 관리감독 강화만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타당성을 심사하여 민간위탁을 유지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없다면 재직영화하도록 공공성 정상화 절차를 반영하고 있다.

행정기관이 해야 할 일을 민간에게 떠맡긴 민간위탁. 공공사무의 공공성을 지키고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규직 전환 정책이 되려면,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재직영화 제도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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