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남도가 비대면 휴가지로 추천한 계룡 입암저수지. 충남도 제공

㈜이투어리즘 대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이제 1년이 다 되어간다. 1년 동안 코로나19는 이곳저곳에 상처를 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상처를 받은 곳 중 하나가 여행업이다. 지난 상반기 여행 시장을 돌아보면 온통 적자투성이다. 먼저 올해 8월까지 입·출국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0.2% 감소하여 방한 관광객은 227만명, 해외 출국자는 398만명을 기록했다. 여행업계 피해 규모도 막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상반기 여행업·숙박업·마이스(MICE=미팅, 인센티브 관광, 컨벤션, 전시)업 등 관광업계 피해 규모는 상반기 5조8928억원에 달한다. △여행업(해외여행 취소와 예약 감소 등) 3조463억원 △호텔업(객실·연회 취소 등) 1조1315억원 △국제회의업(국제회의 취소와 연기 등) 4982억원 등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한 상반기 관광 및 연관 사업 소비지출액도 전년 대비 19% 감소한 16조1000억원에 그쳤다. 힘든 상황이지만 절망적이진 않다. 잠시 눈을 독일로 돌려보자. 독일의 호텔 연합인 디자인호텔스(Design Hotels)는 2020~2030년의 여행 소비를 예측하는 1년간의 연구에서 ‘프로마드’(Promad)라는 미래 소비자를 뽑아냈다. 사전에는 없는 신조어다. 급진적인 유목민(Progressive Nomad)을 뜻한다. 이들은 무분별한 소비로서의 여행이 아니라 여행의 목적을 명확히 정립하고, 사회문제와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높은 여행자를 뜻한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호텔이나 여행상품이 지역 사회에 기여를 하는지, 환경 파괴에 일조하는 건 아닌지 이전보다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렇게 여행의 형태가 변모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은 언감생심이다. 여행사들도 생존을 위해 국내여행으로 눈길을 돌렸다. 무려 2000개의 상품을 추출해냈다. 해녀들의 삶이 담긴 연극을 감상하며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는 제주 ‘해녀의 식탁’, 어쿠스틱 밴드와 함께 떠나는 음악 여행 등 해외에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희소성 높은 여행이 많다. 비슷한 맥락에서 여가활동 플랫폼인 ‘프립’ 역시 폐기된 기차를 개조한 숙박 시설과 래프팅 체험을 결합한 영월 트레인 스테이 패키지 등 요즘 여행자들의 선호도를 십분 반영한 트렌디한 국내여행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여행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여행업 위기 탈출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10월 말 문체부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여행업계 코로나19 위기 극복 방안 토론회도 열렸다. 여기에서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대표적인 것을 몇 개 말하자면 ‘목적지 없는 비행’ 등의 항공 상품을 개발한다거나, 청정 국가 간에 ‘트래블 버블’을 시행한다거나 자가 격리 기간에 대한 단계적 완화 방안까지 민과 관이 머리를 맞댔다. 2000년 전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여행과 장소의 변화는 우리 마음에 활력을 선사한다”는 말을 남겼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여행이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새롭게 의지를 모아서 코로나19 이후의 여행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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