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ㅣ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6년이 넘었다. 사학비리를 제보한 교수가 부당하게 해직되었다고 판결한 법원이, 정작 해직 기간 동안 밀린 임금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 한없이 늘어지고 있다. 수원대의 장경욱, 손병돈 두 교수의 이야기다.
등록금을 교육에 쓰지 않아서 학생들에게 환불하라는 초유의 판결을 받은 수원대는, 교육부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설립자 2세가 총장직에서 물러났음에도 최근 교수 임용에 부당하게 관여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그는 대학이 자신의 소유물인 양 막 뒤에 숨어서 전횡을 저지르고 있다.
문제는 사법부다. 공익활동을 한 교수들을 사학재단이 부당해직한 게 드러났으면 복직과 함께 밀린 임금액을 받도록 하는 게 마땅한 상식이거늘 사법부는 한없이 시간만 끌고 있다.
장경욱, 손병돈 두 교수가 재임용 거부 취소와 급여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민사소송에서 1심 법원은 “업적 평가 기준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주관적이라 인사위원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많다”고 했으며 2심 법원은 역시 “공정한 심사가 결여된 것으로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대학 쪽의 위법이 인정되었음에도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수년의 급여 상당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모순되고 이상하다.
같은 대학 이원영 교수의 재임용 거부 사건에서 법원은 “재임용 거부 처분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하였고, 그에 따라 “정당한 사유가 없음에도 부당한 방법으로 원고를 몰아내려는 의도로 재임용을 거부함으로써 피고의 재임용 여부 심사에 관한 재량권 남용이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는 이유로 위자료도 인정하였다.
두 재임용 거부 사건의 본질은 동일하다. 교수협의회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막무가내 재임용 거부를 한 것이다. 위법한 재임용 심사에 의해 재임용 거부가 위법함이 확인되었는데도 고의과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일반노동자의 해직과는 딴판이다.
이러한 법의 허점 때문에 이 순간에도 많은 사학재단은 학교의 비리척결에 앞장서거나, 학교의 비민주적 운영에 맞서는 교수들의 재임용을 거부하고 있다. 교원소청을 포함하여 행정재판의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2~3년을 내쫓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재임용 거부가 위법함이 밝혀져도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해주지 않을 수 있다. 사법부가 이럴진대 누가 교육 현장을 바로잡겠다는 뜻을 내겠는가? 이 때문에 사법부가 사학비리를 비호한다는 의심마저 사고 있다.
2018년 3월 헌법재판소는 대학교수들의 노동조합 결성을 허용하지 않는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제 교수들도 일반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부당해고가 인정되면 별도로 학교 재단의 고의·과실을 입증하지 않아도 부당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
두 교수가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 2014년 6월이고 2심 민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게 2015년 12월이다. 소 제기일로부터 6년 반, 상고일로부터 무려 5년이 지났다. 대법원은 ‘관련 사건들의 통일적인 처리를 위하여’ 또는 ‘쟁점을 검토 중’이라는 이유로 현재까지 판결을 미루고 있으니, 너무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처리하는 것이 평등의 원칙이다. 위 2건의 재임용 거부 사건은 본질이 동일하므로 같게 처리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관련 사건의 통일적 처리’를 명분으로 5년이 다 되도록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두 교수의 정신적, 물질적 고통은 말할 나위 없이 가중되었다. 가족들도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학자로서의 시간은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학교 현장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학생들은 무얼 배우겠는가.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수용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사건 심리를 종결하고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해주기 바란다. 대법원이 사학비리를 바로잡는 보루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