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147억원대 비리유치원을 지켜준 검찰 / 박용환

등록 2020-12-09 18:29수정 2020-12-10 14:15

최대 비리유치원이 사는 법

박용환 ㅣ 비리유치원 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 공동대표

147억원. 경기도 파주 예은유치원 예일유치원, 용인 예성유치원에서 2016년 경기도교육청 감사 결과 적발된 회계 비리 금액이다. 유치원 비리 규모론 최대다. 교육청은 이 가운데 51억원을 학부모 환급 및 국고 환수하라고 통보했다. 그런데 유치원 설립자 곽동근은 이 가운데 단 1원도 환급·환수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교육청은 설립자의 비리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곽씨를 형사고발했다. 검찰은 1년여 동안 수사를 벌였으나 결론은 무혐의. 교육청은 횡령 사기 등의 혐의를 보강해 2차례나 더 고발했지만, 역시 무혐의 처분이었다.

곽씨가 돈을 빼 쓴 유치원 계좌엔 곽씨 개인 돈도 섞여 있고, 교비 유용으로 단정할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족한 건 증거가 아니라 검찰 수사였다. 검찰은 설립자 곽씨가 진술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유치원 계좌에 설립자 개인 돈이 들어갔다는데, 그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 이들 유치원에서 각종 체험학습 명목으로 지출된 수십억원의 행방과 체험학습들이 실제로 행해졌는지에 대한 기본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게다가 곽씨가 감사 정보를 파악하려고 정관계 유력 인사들과 접촉했다고 진술한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수사 외압 의혹까지 더해졌다. 당시 감사관과 감사팀장에게 골드바와 현금 5억원을 건네려 한 사건은, 비리유치원 설립자가 무엇을 숨기기 위해 그러한 무리수를 두었는지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비리유치원 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비범국)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 9월 재조사를 의뢰했다. 그런데 사건을 맡은 검찰은 1년이 지나도록 처분을 보류하고 있다. 그사이 해당 사건은 의정부지검-고양지청-성남지청으로 세번이나 담당 검찰청이 바뀌었다. 재조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147억원대의 비리를 저지른 이 유치원들의 현재 상황이 궁금하지 않은가? 이 유치원들은 버젓이 잘 운영되고 있다. 비리 형태만 바뀌었을 뿐 비리의 양상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이전에는 증빙자료도 없이 무작위로 돈을 빼돌려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까지도 이들 유치원에서는 자체 발간한 부실교재를 고가로 납품하는 방식으로, 학부모들의 수혜성 경비를 처리한 사실이 별도의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되었다.

어떻게 이런 비리유치원들이 버젓이 운영될 수 있을까? 먼저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경기도교육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유치원 설립자가 재정 조치를 수년째 이행하지 않고 감사를 거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교육청은 이들 유치원에 누리과정지원금(유아학비)을 포함해 매월 5억원대의 국고를 꼬박꼬박 지급하고 있다. 완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닐 수 없다.

교육청이 제재라고 한 일은, 8월부터 해당 유치원에 대한 학급운영비 지원을 중단한 것이 전부다. 그런데 이는 이들 유치원에 대한 전체 국고지원금의 5% 남짓에 불과해 제재의 실효성이 전혀 없다. 이런 사실을 교육청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거의 모든 비리는 내부 제보로부터 비롯한다. 이들 유치원도 마찬가지였다. 유치원 비리가 현재에도 진행 중임을 용감하게 내부제보를 하고 회계비리, 급식비리가 없는 유치원을 만들고자 노력했던 예은유치원의 고용 원장과 그를 따르던 교사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설립자로부터 직위해제-해고를 당했다. 다행히 교원소청심사에서 구제를 받았으나, 설립자 곽씨는 또다시 이들을 교육청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였다.

147억원의 회계비리를 저지른 유치원 설립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당시 의정부지검 검사는 송명진. 현재 대전지방검찰청 공판부 검사다. 당시 무혐의 처분의 최종 결재권자였던 의정부지검장은 김회재 현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고 21대 국회에 입성하였다. 비범국은 작년 11월 무혐의 처분을 내린 송명진 검사에 대해 대검찰청 감찰부에 감찰을 요구했는데, 1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그리고 유치원 설립자 곽동근이, 지난해 초 김회재 전 의정부지검장을 자신의 “각별한 지인”이라고 언급한 문자메시지가 내부자를 통해 알려졌다. 검찰 고발장에 포함된 내용이다. 김 의원도 진실을 밝히는 데 나서주길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