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ㅣ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달 19일 송영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한반도티에프(TF) 대표단 소속 의원 3명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커트 캠벨을 면담했다. 보도에 따르면 캠벨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인내하도록 미국이 인도적 지원 등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좋은 생각이며 이를 바이든 당선자 인수위원회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캠벨의 말은 반만 진실인 듯하여 우려된다. 그가 인수위원회와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북한 문제를 포함한 국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얼마나 노력할지 또는 할 수 있을지 의문인 것이다.
예를 들어 국방부 인수위원회에는 캠벨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신미국안보센터(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의 부사장 겸 학술부장인 일라이 래트너가 있다. 래트너는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그의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바 있으며 대선 기간 아시아 관련 외교자문팀을 이끌었다. 래트너는 2017년 북핵 위기가 고조될 무렵 한미가 중국의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대규모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제안)을 거절하고 대북 유엔제재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좀 더 구조적인 문제는 신미국안보센터가 국방부 등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노스럽그러먼과 보잉 등 굴지의 방위산업체로부터 적지 않은 기부금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이 단체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받은 액수는 모두 약 900만달러에 이른다. 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 싱크탱크라 할 수 있는 헤리티지재단이 같은 기간 받은 액수의 6배가 넘는 금액이다.
래트너가 속한 또 하나의 단체가 있다. 그가 선임자문관으로 있는 ‘웨스트이그젝어드바이저스’(WestExec Advisors)라는 전략 컨설팅 회사다. 백악관 집무실과 행정동 사이에 있는 ‘웨스트 이그제큐티브 애비뉴’라는 길 이름을 딴 이 회사의 공동설립자 가운데는 차기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토니 블링컨과 유력한 국방장관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던 미셸 플러노이가 있다. 국가정보국장으로 지명된 애브릴 헤인스가 일했던 곳이기도 하다. 2017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고객 명단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무기 제조 또는 기술 업체들에 국방부나 의회의 누구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조언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덧붙이자면 한때 신미국안보센터 시이오(CEO)였다가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에 걸쳐 국방부 차관을 지낸 로버트 워크 역시 이 회사의 중역으로 있는데, 그는 패트리엇미사일을 생산하는 레이시온의 이사이기도 하다.
래트너와 마찬가지로 신미국안보센터와 웨스트이그젝어드바이저스 두곳 모두에 발을 담그고 있는 인물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플러노이다. 그는 캠벨과 함께 2007년 신미국안보센터를 세워 시이오를 역임한 뒤 현재는 이사로 앉아 있다. 사이버안보 전문업체 ‘아미다테크놀로지솔루션’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그가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었을 때 차관보로서 함께 ‘2010 4개년 국방검토보고서’와 ‘2012 국방전략지침’을 작성한 인물이 바로 현재 국방부 인수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캐슬린 힉스다. 플러노이의 피후견인으로 통한다.
‘누가 미국을 통치하는가?’라는 질문에 64년 전 미국 사회학자 C. 라이트 밀스는 ‘파워 엘리트’라고 답했다. 관료를 지낸 이들이 퇴임 뒤 방위산업체를 끼고 연구소 또는 회사를 운영하다가 바이든 신행정부 입성을 앞둔 지금 그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한 듯하다. 캠벨 또한 이러한 ‘회전문 인사’의 후보자일 수 있다. 적어도 파워 엘리트로 구성된 그를 둘러싼 촘촘한 네트워크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그가 미국을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한 말을 반만 믿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