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규상ㅣ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하여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첫발을 떼었다. 법률의 주요 내용을 보면 첫째, 은행(저축은행), 보험, 증권 중 2개 이상의 업을 영위하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한다. 둘째, 그간 금융감독의 공백으로 지적되어온 비지주 금융그룹에 대해 감독체계를 마련하여 특정 금융계열사의 부정적 영향이 타 금융계열사로 이전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여 금융소비자인 예금자, 투자자 등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제적으로는 사실 1990년대부터 3대 국제금융감독기구 협의체인 조인트 포럼(은행 BCBS, 보험 IAIS, 증권 IOSCO)을 중심으로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적 감독과 관련한 논의가 꾸준히 진행되어왔다. 이에 미국, 유럽연합, 영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금융 선진국은 이미 도입하였고, 국제통화기금(IMF)은 2014년에 이어 금년에도 우리에게 ‘규제의 비대칭성’ 해소를 강조하며 비지주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적 감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관련 법이 제정되어 선제적으로 비지주 금융그룹의 리스크를 통합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 생각한다.
다만 금융복합기업집단 감독법에 대해 일각의 오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개별업권법의 규제가 있는데도 금융회사를 다시 규제하는 중복규제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번 법률은 계열 금융회사들 간의 상호출자나 순환출자로 인한 중복자본 문제나, 특정 계열사의 위험이 다른 금융계열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그룹 위험 등 개별업권법에서 감독할 수 없는 부분을 규율하고 있다. 중복규제는 동일한 내용에 대해 이중적 부담을 지우는 것인데, 개별 금융업권법으로 규율하지 못하는 중복자본이나 그룹 리스크를 방지하고자 하는 이번 법을 중복규제라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둘째,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것, 특히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기업에 대해서도 규제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법은 금융회사들이 스스로 내부통제·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그룹 위험을 자체적으로 점검·평가하도록 하고 감독당국은 회사의 관리가 부족하거나 시장 안정을 위협하는 등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이를 해소하도록 함으로써 기업의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하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기업에 대해서는 어떠한 추가적인 부담도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밝힌다.
이 법은 제정되기 전부터 시장 및 대상기업과 계속 소통하면서 모범규준(행정지도)을 마련하여 지난 2년간 시행한 바 있는 만큼 큰 부작용 없이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향후 시행령 등 하위 규정 마련 시에도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고, 국제적인 논의 사항도 반영하여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계속 보완해갈 것이다. 특히 감독대상 금융그룹이 적응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 같이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다.
특정 금융사의 부실이 그룹 내 여타 계열사로 전이되어 금융시장의 불안이 초래되고 금융소비자의 소중한 자산이 휴짓조각이 되어버리는 일들이 있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이 법이 제정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