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호ㅣ성남서초등학교 교사
9월 어느 날. 학교 일을 하던 중에 국가교육회의가 주관하는 교원양성체제 발전방향 수립을 위한 핵심당사자 집중숙의에 참가할 수 있겠느냐는 문의를 받았다. 이참에 다양한 분야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지금보다 나은 교원양성제도를 확립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들고 싶어 참여했다.
회의는 9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총 6차례, 주로 토요일에 열렸다. 교육청, 예비교원, 교원양성기관, 학부모, 교원단체대표 및 시민단체, 다양한 분야의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등 31명이 4개의 분임으로, 3개월간 원탁회의 방식으로 집중숙의를 했다. 코로나 시국에 전국의 숙의단이 토요일도 반납한 채 서울로 모여 토요일 하루를 몇달간 온전히 쏟아부었다. 평행선처럼 서로의 접점을 찾을 수 없는 토론이 반복되었지만 숙의단은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나는 경기도 성남에서 근무한다. 올해 기준 성남의 인구는 약 94만명이다. 그럼에도 작년에 비해 3개 학급이 줄었다. 내년에는 2개의 학급이 또 줄어들 예정이다. 학령인구 급감은 체감 가능한 현상으로 다가왔다. 심각한 인구감소, 중등임용의 적체와 같은 외적 요인과 함께 학생의 삶을 중시하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 생태계’ 마련을 위한 최적의 교원양성 체제는 무엇일까?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질문해보았다. 첫째, 학생의 입장에서는 어떤 교사를 가장 필요로 할까? 둘째, 모든 예비교원이 반드시 교사가 되어야 할까? 그것이 정말 그들을 위한 최선의 대안일까?
아이들은 변한다. 어릴수록 빠르게, 커갈수록 서서히 발달의 정점에 다다른다. 발달은 연령에 따라 다르며, 같은 연령대에도 개인차가 크다. 미성숙할수록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인식이 낮다. 신체, 인지, 정서 발달의 차이는 연령과 더불어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사의 이해가 필수다. 더불어 부모, 친구, 이웃과의 관계 같은 환경적 요인의 영향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같은 학습자의 상황은 수업에 반드시 영향을 준다. 따라서 교사는 교과 전문지식보다 학생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선행되어야 한다. 학습자의 상황을 이해해야 그에 맞는 수업 준비가 가능하다. 이것이 기존의 뿌리 깊은 교과 중심의, 더 나아가 아이들과 다르게 칼같이 나누어져 있는 교원자격제도가 학습자 발달 중심의 교원자격제도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다.
3개월에 걸친 교원양성체제 발전방향 집중숙의기간 동안 서로의 견해가 팽팽히 대립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얼굴을 맞대고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드러내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마련되었다는 점, 많은 사람들이 같은 주제로 오랫동안 고민해 ‘협의문’이라는 큰 틀의 결론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이번 숙의는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2021년에는 구체적인 교원양성체제 발전방향을 논의할 거버넌스 구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나아가 이번 계기로 교육정책 결정에 사회적 협의 모델이 정착되기를, 그리고 그를 주관할 국가교육위원회가 하루속히 출범하기를 바란다. 교육계에는 교원양성체제 이외에도 돌봄 문제, 부적격 교원 문제, 교원업무 정상화 문제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다양한 이슈가 산적해 있다. 하나하나 풀어나가야만 난맥에 빠져 있는 학교 현장을 되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