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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빅데이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 / 이상진

등록 2021-01-20 18:47수정 2021-01-21 02:40

이상진ㅣ자동차 전문지 <오토다이어리> 기자

내가 사는 인천의 시내버스 노선이 2020년 12월31일 전면 개편됐다. 2016년 7월,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 당시의 1차 개편에 이은 2차 개편이다.

인천시 교통과는 1차 노선 변경 때도, 2차 노선 변경 때도 “시민들의 교통카드 빅데이터”에 의한 노선 개편을 했다고 주장했다. 내가 보기에는 아니다.

이번 노선 개편을 통해 30번 시내버스는 원래의 노선으로 다시 돌아왔다. 1차 노선 개편 당시 부평역에서 인천대공원, 서창 신도시로 가도록 조정했다가, 이번에 부평역에서 간석오거리를 거쳐, 인천대공원 근처 송내역까지만 가던 4년 전 노선으로 다시 돌아왔다.

시민들의 효율화를 내세우던 노선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운수회사는 적자를 보면서 결국엔 원점으로 돌아왔다.

무리한 노선 변경을 했다 원래의 노선으로 다시 돌아온 노선이 더 있다. 소래포구에서 송내역까지 운행되던 20번 시내버스는 노선 재개편 이후, 1차 개편 이전의 노선이던 인천 백운역까지로 다시 조정됐다. 9500번은 부평역에서 양재시민의숲까지 운행되던 노선이었다. 인천시는 더 많은 시민의 이용을 권장한다며, 부평역에서 인천터미널까지 늘렸다. 그러나 인천시 생각과는 달리 버스 승객이 많지 않아 부평역까지로 재조정됐다.

시는 노선 변경 때마다 합리적인 조정이라며 사람들에게 공지를 했다. 30번 시내버스는 인천의 야구 명문 상인천중학교를 지난다. 대표적인 학생들의 통학노선이다. 그러나 1차 노선 변경 때 이 구간을 지나지 않아 시 교통과에 학부모들의 항의글이 도배를 이뤘다. 인천시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으로 이 근방을 지나던 34번 시내버스를 강제 우회시켰다. 이번 노선 재조정으로 이 두 노선은 상인천중학교 구간을 사이좋게 손잡고 지난다.

노선 변경과 함께 버스 배차 간격은 늘고, 운행 횟수는 줄어들었다. 공영 급행버스도 없어졌다. 앞차와 벌어진 시간에 기사는 투덜거리며 난폭운전을 시전했다. 승객들에겐 불안감이 엄습했다. 교통과는 언제나 “시민들의 교통카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시민들의 편의를 증진하고자 노선을 변경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빅데이터는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생각하는 시민들의 편의는 찾을 수가 없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으로 노선 조정하고, 잘못 건드린 노선 원상복구하고, 버스는 벌어진 배차에 난폭운전하고…. 시민들은 불안하고 불편하다.

버스노선 변경으로 저들이 가리키는 곳이 빅데이터도 아닌, 시민 편의도 아닌 다른 데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한다. 버스노선 조정은 색종이 놀이가 아니다. 이제는 더 이상 시민들의 민심을 사납게 만들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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