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지역화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난 5일 한국경제학회 특별세션에서는 지역화폐를 다룬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이들 논문 중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고한 논문들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가 에스엔에스(SNS)에 ‘희한한’ 주장이라고 평하셨다고 한다. 누구의 생각이 희한한지 따져볼 일이다.
먼저 지역화폐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지역화폐란 일정한 지역에서 일정한 업종(소상공인)에 일정한 시한 내 사용되는 결제수단이다. 지역화폐는 할인 발행과 정책 발행이라는 두 가지 형태로 유통된다.
할인 발행은 ○○사랑상품권을 1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즉 10만원짜리 상품권을 9만원에 사서 쓰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때 차액 1만원은 어디서 올까? 이 1만원은 중앙정부에서 보조한다. 이 1만원은 모든 국민이 낸 세금의 일부이다. 전국민에게서 걷은 세금 1만원이 상품권 발행 지역으로 이전되는 것이다. 1000억원의 상품권을 발행하면 100억원이 그 지역으로 이전된다. 그러니 전국의 지자체장들이 앞다투어 지역사랑상품권을 도입하는 것은 자명하다. 다른 지역 주민들이 낸 세금 100억원을 자신의 지역으로 손쉽게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는 지역의 주민과 소상공인들이 지역화폐를 적극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책 발행은 아동수당, 청년배당 등 정부의 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때는 대개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의 이런 지원금 또한 전국민이 낸 세금이다. 전국민의 세금이 특정 지역에서만 쓰이면 다른 지역은 세금 소비에서 발생하는 추가 경제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전국민이 낸 세금이 특정 지역에서만 유통되도록 가두기 때문이다. 어떤 시·도가 자기 주민들이 낸 세금만으로 그 시·도에서만 유통되는 지역화폐를 만드는 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지역 주민들이 낸 세금을 자기 지역에서만 유통되도록 지역화폐로 가두어버리면 이것 또한 다른 지역 주민들의 세금을 자기 지역으로 이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른 지역 주민들이 이에 대해 찬성할지 필자는 궁금하다.
지역화폐가 대형마트가 아니라 소상공인들을 돕기 때문에 매출 양극화를 억제한다는 주장도 검토해봐야 한다. 지역화폐뿐만 아니라 온누리상품권도 정확히 같은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지역 한정성이 없기 때문에 지역 간 세금 이전의 문제가 없다. 이런 이유로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지역화폐보다는 온누리상품권이 소상공인의 매출 향상을 돕는 보다 적절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확신하는 지역화폐 지지자들이 아래 두 가지 정책을 고려해보시면 어떨까? 첫째, 지역화폐의 효과가 큰 경기도에서 공무원들의 급여 외 모든 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이다. 급여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좋겠지만 급여는 법정 통화로만 지급되어야 하므로 지역화폐를 쓰기 어렵다. 경기도는 이미 청년배당, 복지수당 등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으니, 경기도 공무원들이 이에 동참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둘째, 경기도 내 모든 시·군·구(또는 읍·면·동)가 자체 지역화폐를 발행할 수 있도록 경기도 재정으로 지원하는 방안이다. 이때는 중앙정부의 지원은 받지 않아야 한다. 지역화폐의 경제효과가 크다고 하니 지역화폐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경제 활성화에는 더 큰 도움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