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저출산 정책에 대해 일부에서는 투입 예산에 비해 정책 효과가 작으니, 앞으로 정책 효과를 담보하지 못하는 새로운 사업에 예산을 더 투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투입 예산 규모를 어떻게 봐야 할지, 정책 효과를 어떤 관점에서 평가해야 할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보입니다.
먼저 저출산 예산은 범위나 내용이 확정된 전문용어가 아닙니다. 편의적으로 쓰는 정책 용어입니다. 저출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국가사업에 드는 예산이라고 폭넓게 본다면, 아동·육아지원에 집중된 가족지원 예산뿐 아니라, 교육·고용·주거지원 예산 등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교육·고용·주거지원 예산 중 저출산과 관련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나누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나 학계에서는 우리가 통상 ‘저출산 예산’이라고 하는 예산을 ‘가족지원 예산’에 국한하고 이를 기준으로 국제비교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저출산 예산에 가족지원 예산뿐 아니라 교육·고용·주거지원 관련 예산 일부를 포함해 집계하고 관리합니다. 문제는 포함 기준이나 금액 산정 방식이 편의적이라 큰 착시현상을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교육의 경우 초등학교나 중학교 무상교육비는 빼고, 고교 무상교육비는 포함합니다. 고용은 청년층의 취업과 고용지원비는 빼고, 취약계층의 취업과 사회보험 지원비는 포함합니다. 기준이 불분명합니다. 주거에서는 청년이나 신혼부부에 대한 임대주택사업과 주택자금대출사업을 포함하는데, 예산 산정액에 사업 운영에 따른 재정손실분 즉, 실질적 재정부담분이 아니라 주택건축비나 대출원금 전액을 반영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 예산 규모가 전체 저출산 예산액의 절반에 가깝고, 매년 저출산 예산 증가의 대부분을 주거지원비가 차지하게 됩니다.
저출산 예산이 과다하다는 비난의 원인이 주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저출산 관련 예산의 집계는 현재와 같이 하더라도, 예산의 관리와 평가는 가족지원 예산만 대상으로 해야 합니다. 그 경우 2021년도 가족지원 예산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고, 전체 저출산 예산의 40%에도 못 미치게 됩니다. 군더더기 예산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지원 예산 비중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비교대상국의 절반 이하 수준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음은 정책 효과를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 정부 들어 저출산 정책의 목표를 단기적 직접적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것에서, 장기적 구조적으로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었습니다.
저출산 정책의 정책 성과는 출산율이 얼마나 올랐느냐가 아니라, 아이가 크고 아이를 키우기에 얼마나 나은 사회가 되었느냐로 평가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가족의 어려움과 부담이 얼마나 줄었느냐로 평가해야 합니다. 결국 아동과 육아에 대한 지원이 얼마나 충실해졌느냐를 잣대로 해야 합니다. ‘국가가 아동을 정말 귀중하게 여기고, 육아하는 부모들을 정말 고맙게 생각하는구나’라고 모든 국민이 체감하도록 하는 것이 저출산 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출산 정책의 보완과 강화가 절실합니다. 보육 서비스를 받는 기간의 전후 시기인 초기 영아기와 초등 저학년에 대한 추가 배려와 다자녀 가구 차등 지원, 그리고 육아 부담은 가족과 여성만이 아니라 기업과 남성도 나누어 져야 한다는 사회인식을 획기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1개월간의 남녀 육아휴직 자동 사용 등 최소한의 조처를 시급하게 도입해야 합니다.
저출산 정책 비판은 필요하지만, 대안 제시 없이 ‘과다 예산’ ‘효과 부재’라는 주장만 내세우면, 국민들의 정책에 대한 신뢰를 훼손해 결국 정책 효과는 더 떨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