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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학폭·성추행·코로나19…‘연대의 끈’이 필요하다 / 김원태

등록 2021-03-10 18:58수정 2021-03-11 02:46

학교 시민교육 제안

김원태ㅣ학교시민교육연구소장

#1. 최근 연일 학교폭력이 유명 체육인·예술인·연예인들을 가리지 않고 뉴스를 타고 있다. 학폭 가해자로 드러난 유명인들은 하루아침에 사과 성명서와 함께 모든 활동을 접고 떠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일반인에 해당하는 어린이집 교사, 변호사, 항공사 직원, 태권도 관장, 방송사 기자 등에게서 학폭을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진다. 국민청원 페이지에 오른 청원에 청와대는 “심한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소년범 형사처벌 강화를 검토하겠다”는 기존의 답변을 반복한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책임이 학교에 있는 것으로 보지만 오히려 사회 전체의 어른의 책임이 더 클 수 있다”며 범사회적 차원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학과 교수는 “한국 교육은 아이들에게 체계적으로 훈육(잘못된 것을 판단하고 옳은 길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움)을 하지 않는다”며 “일벌백계했을 때 분노가 해소되겠지만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먼저”라고 했다.

#2. 연초에 한 정당 대표가 소속 정당의 국회의원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기위원회는 직위를 해제하고 당원 자격까지 박탈했다. 여성 정책을 중요 정책으로 다루는 진보정당에서 발생한 일이라 사회적 충격이 컸다. 피해 의원은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그토록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남성들조차 왜 번번이 눈앞의 여성을 자신과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이토록 처참히 실패하는가. 성폭력을 저지르는 남성들은 대체 어떻게 해야 여성들이 자신과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마땅한 존재라는 점을 학습할 수 있을 것인가. (중략)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합니다.” 여성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약자들이 동등하게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 답을 찾자는 호소로 들린다.

#3. 코로나19 재난 시기를 견디는 시민들이 매일 가슴을 졸인다. 특히 소상공인, 청년구직자들의 어려움은 상상 이상이다. 소상공인 지원에 필요한 재난지원금 재원을 놓고 정부와 여당·야당 국회의원들의 관점이 달라 서로 날을 세운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시사인>과 <한국방송>(KBS)은 지난해 5월과 11월에 ‘코로나19는 우리를 어떻게 바꿔놓았나?’라는 주제로 여론조사 후 최근 결과를 발표했다. 재난 피해자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5월에는 45%로 절반을 약간 밑돌았는데 11월에는 지원 직종 대상에 따라 12∼21% 정도까지 하락하면서 각자도생의 ‘악순환의 입구’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이 조사에서 실낱같은 희망은 선거 때 항상 투표하며, 법과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법제도 시민성’을 가진 사람보다 사회단체에서 활동하며,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며, 지역 혹은 동네의 발전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참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연대적 시민성’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추가 납세에 대한 지지, 피해자 손실 지원에 대한 지지가 더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연구자들은 이 ‘연대적 시민성’이라는 ‘별이 쏟아지는 변수’를 발견하고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시민성을 갖고 있는 시민은 20% 정도이다.

이쯤 되면 학교 시민교육을 책임져야 하는 도덕윤리·사회과 교사·교수, 교육부 관료, 입법자의 반성과 성찰이 넘칠 만한데 조용하다. 30년 넘게 쌓이고 있는 폐해다. 이 적폐로 사회 약자들은 결국 신음하고 있다. 피해보상의 저조함, 성추행이나 폭력 문제는 연대의 시민성이 우리에게 내면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처럼 시민 과목 시간에 ‘사람들은 존중받아야 할 동료 시민인가’, ‘성희롱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재난에서 누구를 가장 먼저 보살펴야 하는가’ 등에 대해 논쟁하고 판단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사회 약자들이 덜 고통받는다. 영국은 시민 과목을 ‘연대의 끈’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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