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누구에게나 공평한 물의 의미는 / 아니발 시숑게

등록 2021-03-17 18:45수정 2021-03-18 02:39

아니발 시숑게ㅣ굿네이버스 모잠비크 식수위생지원사업 프로젝트 매니저

매해 3월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올해 주제는 ‘물의 가치’로, ‘나에게 물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코로나19는 식수위생 인프라가 열악한 개발도상국 주민들에게 더 큰 어려움을 안겨줬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물과 위생에 대한 불평등한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게 됐다.

필자가 살고 있는 모잠비크에서 물은 어떤 의미일까?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조사에 따르면, 모잠비크에서는 5살 미만 사망률이 1천명당 74명에 이른다(2019년 기준). 주된 사망 원인은 오염된 물로 인한 수인성 질병이다. 모잠비크에서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인구는 절반 수준이며, 기본적인 위생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인구도 전체의 약 30%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정부와 비정부기구(NGO)의 지원으로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깨끗한 물은 수인성 질병 예방뿐만 아니라 여성과 아동의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집 근처에 깨끗한 물이 없는 경우, 주민들은 멀고 외진 곳까지 물을 길으러 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성폭력에 노출되기도 하고 아동을 비롯한 주민들은 야생동물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하수의 염도가 높아 강물을 마시는 물로 대신 사용한다. 정수 처리가 안 된 강물을 마시게 되면, 수인성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지만 이런 문제를 제대로 아는 주민은 드물다. 위생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다. 굿네이버스 지원 초기만 해도 가자주 지역 대다수 마을 내 화장실을 갖춘 가구 비율이 낮아 주민들이 아무 곳에서나 용변을 보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심지어 집에 화장실 없는 가구가 95%를 차지하는 마을도 있었다.

굿네이버스 모잠비크는 이러한 식수위생 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 내 급수시설을 설치하여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고, 위생 환경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재까지 13개 보건소와 17개 학교에 화장실을 준공했으며, 야외 배변이 발생하지 않도록 마을 내 화장실 100%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과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마을 주민에게 손 씻기 및 화장실 사용 관련 대면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교사 및 보건 공무원과 함께 위생 관련 역량 강화 워크숍도 개최했다. 주민들이 직접 식수시설을 관리할 수 있도록 식수위원회를 조직했는데, 위원회 소속 주민들은 회의를 통해 시설 사용료를 책정하는 등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10개 마을의 경우,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부합하는 화장실이 모두 설치되며 야외 배변이 종식되는 등 긍정적인 성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올해도 식수위생 지원 캠페인 ‘굿워터 프로젝트’를 통해서 모잠비크 내 식수위생 환경 개선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물을 잃어버린 아이들은 매일 기본적인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곤 한다. 아직도 물을 구하기 위해 교육을 포기하고, 미래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지구촌 이웃에게 물이 어떤 의미인지 함께 고민해보고, 코로나 종식을 넘어 물의 불평등 종식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해본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