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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전국의 지방대들 망하게 생겼다…이제 대학교육 개혁 / 김재형

등록 2021-03-22 16:58수정 2021-03-23 13:39

김재형 ㅣ 조선대학교 법학과 교수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방대학이 망한다고 하더니, 2021학년도 대학 입시 결과를 보니 수도권만 제외하고 전 지역의 지방대학들이 벚꽃 피는 순서와는 관계없이 한꺼번에 망하게 생겼다. 직접적인 원인은 학령인구의 감소와 수도권 대학 집중 현상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1990년대 중반부터 그럴듯한 미명하에 시행되어온 신자유주의 고등교육 정책 때문이다.

이 신자유주의 정책은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에 편승하여 대학교육을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하고 대학교육 개혁을 철저히 시장경제 원리로 해결코자 하는 정책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대학 설립 요건을 완화하여 사립대학들을 대폭 양산했고 대학 간의 무한경쟁을 유도하였다. 이와 함께 대학 입학 정원을 자율화하여 입학 정원을 늘려왔다. 정부 입장에서는 대학 투자 비중을 늘리지 않으면서 대학 간 경쟁을 통해 대학교육 개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애초 기대와는 달리 이 정책은 그 폐해가 극심하게 드러나면서 수도권 중심의 대학 서열화를 더욱 확고하게 하였고, 지방대학 전체를 빈사 상태에 놓이게 하고 말았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실패도 한몫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비로소 대학교육을 상품이 아닌 공공재로 보고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공영형 사립대 공약을 100대 국정과제로 편성하고 추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칼날 아래 예산은 사실상 전액 삭감되었고, 마침내 문재인 정부 공약 이행 점검표에서마저 공영형 사립대 정책은 흔적을 감추고 말았다. 교육계의 간절한 소망에도 불구하고 결국 공약이 파기되고 만 것이다. 교육개혁의 씨앗을 스스로 잘라버린 기획재정부와 여기에 손발 들어버린 교육부의 처사가 참 안타깝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그만큼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그간 국민의 관심은 정부 여당의 커다란 국정 목표인 ‘검찰개혁’에 쏠려왔다. 다행히 지난 선거에서 국민이 민주당을 180석 거대 여당으로 만들어주어 공수처가 출범하고,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종착지를 향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차기 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일까? 고용과 주택 문제, 확대되는 빈부 격차 문제, ‘각자도생해야 하는 시대’ 등 사회적 문제의 대부분을 파고들면 그 끝에 대학교육이 나온다. 대학교육의 정상화, 공공성의 확대가 다음 정부의 최대 목표가 되어야 하고, 그곳에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할 정답이 있다. 현재 한 해 출산율은 30만명 이하로, 이들이 대학교육을 받게 될 20년 후는 그리 멀지 않다.

대학교육은 사회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원만한 인격을 갖추도록 인도해주는 공공 서비스다. 그리고 대학교육은 보편화되어 있다. 따라서 대학교육의 문제를 시장경제 원리로 풀어서는 안 되고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이제 최소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에라도 근접할 수 있도록 대학에 대한 정부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

발전 가능성이 큰 지방 사립대학들부터 단계적으로 국공립대학으로 공영화해나가면서 85%의 기형적인 사립대학의 비중을 낮추어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학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실마리를 마련했으니 차기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결실을 맺기를 열망한다.

이와 함께 실효성 있는 국가균형발전 정책들이 수립되어야 한다. 대학교육의 공공성과 국가균형발전만이 오늘의 지방대학 문제를 근본적으로 푸는 해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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