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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변협은 사다리 걷어차기를 멈추십시오 / 양필구

등록 2021-03-30 04:59수정 2021-03-30 08:04

양필구 l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사무총장

최근 대한변협과 서울변협은 ‘변협연수’의 한도는 200명이고 신규채용되는 변호사의 수는 1000명이어서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수가 1200명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신규 변호사의 취업률은 60% 정도에 불과하며, 이 때문에 한해 700명이 실업자로 전락할 정도로 법조계가 심각한 불황이라는 게 이유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 소위원회의 연구 결과(지난 10년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급락하여 이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었고, 학생 4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였으며, 학생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청와대에서 집회까지 하자, 법무부 주관으로 발주한 연구용역. 변협은 위 연구에 참여한 주체임)에 따르면 합격자 발표 직후의 취업률은 60%이지만, 6개월 이내로 95%가 취업을 하고 있다.

또한 변호사의 1년 평균소득은 3억6천만원 정도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법률시장(송무에 종사하는 개인변호사와 법인 소속 변호사의 합계. 비송무시장은 제외) 역시 2009년 3조원에서 2020년 6조3천억으로 두배 이상 성장했다.

물론 이런 호황의 수혜는 우리나라 사회 구조가 그러하듯 대형 로펌, 고연차 변호사 그리고 전관 변호사들이 독점해왔다. 게다가 법조계에는 심화된 착취 구조가 존재하는데, 바로 실무수습제도가 그것이다. 실무수습제도란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 6개월간 법률기관에서 수습을 하지 않으면 변호사로서 활동을 하지 못하게(법정에 출석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이런 제도가 약점이 되어 신규 변호사들은 무한착취를 당해왔다. 2010년대 중반에 무급 혹은 무급에 가깝거나 최저시급이 훨씬 안 되는 임금을 받으며 착취당하는 사람이 존재했다. 로스쿨 변호사들이다. 2019년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채용한 중견 변호사들의 인터뷰를 보면 “우리가 일을 가르쳐주는데 돈을 받아야지 왜 돈을 줘야 하나”라는 발언들이 허다하다.

이런 모멸적 대우를 피하여, 신규 변호사들이 독자적으로 활동하기 위한 사다리로 활용하던 것이 변협연수다. 저런 대우를 받을 바에는 차라리 돈 내고 연수받아 개업하겠다는 사람들, 실무수습을 하다가 못 견디고 나온 이들에게 최후의 사다리로서 변협연수가 존재했다.(이들도 결국에는 대부분 취업을 하고 수료 때에는 20% 정도만 남아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변협연수에 대한 국가지원금이 전액 삭감되자 이를 빌미로 대한변협이 변협연수의 규모를 200명으로 축소하려 하고 있다. 대한변협이 최근 청년변호사지원센터를 폐쇄하여 지출이 줄었고, 2억2천만원짜리 유튜브 용역을 발주할 여력이 있으며, 변협연수 비용을 지금까지 연수생이 부담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예산은 핑계다.

그들이 변협연수를 축소하려는 이유는 신규 변호사의 배출 통제와 이들에 대한 착취, 그리고 을(신규 변호사)과 을(수험생)의 싸움을 부추겨 착취의 실체를 은폐하는 데 있다. ‘우리가 너희를 착취해서가 아니라 변호사가 늘어서 소득이 주는 것이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 ‘변호사를 늘린다고? 착취를 피해서 변협연수를 받겠다고? 그러면 연수 인원을 줄여 신규 변호사가 업무도 못 하고, 착취도 못 피하게 하겠다’면서 자신들이 주체로 참여한 연구 결과마저 부정하며 엄포를 늘어놓고 있다.

설상가상 이런 엄포에 로스쿨 출신 변호사협회 임원들이 적극 참여하여 상황은 최악이다. 국민들에게 공급되어야 할 사법서비스의 총량도, 로스쿨 제도의 미래도 암흑천지다. 이런 비참한 상황의 피해가 국민 모두에게 미칠 것은 자명하다. 이런 상황을 막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여러분들께 이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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