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로 ㅣ 안동대 행정학과 교수
내가 몸담고 있는 안동대학교는 해방 후 대구사범과 함께 지역의 수재들만 다니던 안동사범학교로 출범한 지역의 명문 국립대학교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대학이 정원을 줄이고 수능 최저등급을 없애며, 학과 구조개혁을 하기로 했다. 이제 안동대학교는 학과에 따라서는 아무나 원서만 내면 들어가는 대학이 되었다. 이는 지난 입시에서 정원의 25%에 해당하는 학생수(400여명)가 모자라 상당수 학과가 정원을 못 채운 데 대한 대책으로 대학본부가 내놓은 개혁안이다. 이러한 사태는 우리 대학이 미리미리 지역 조건에 맞게 대학조직을 개편하고 교육연구 기능을 강화하였다면, 그래서 안동대학이 지방거점대 수준으로 성장했다면 피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참으로 씁쓸하다.
사실, 안동대는 1979년 안동대학교로 출범한 이래 한번도 크게 성장한 적이 없다. 이는 비슷한 규모로 출발했던 경상대, 공주대 등이 계속 성장하여 지방의 주요 대학이 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이는 관료주의에 익숙한 역대 대학 운영자들이 대학을 운영함에 있어 안일함에 젖어 대학 발전보다는 자신들의 평안과 권력을 지키기에 급급했던 결과가 아닌가 한다. 지역의 보수적 사회정치 문화의 영향 아래 공적 합리성과 자율적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결여했고, 교육부 눈치 보기에 치중한 결과로 보인다. 이는 궁극적으로 대학과 지역사회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자주 역량을 키우지 못한 것이다. 그 한 예로, 안동대학교뿐만 아니라 경북에 있는 대학들은, 사립대인 동국대를 제외하고, 시도마다 모두 있는 의대 약대 하나 없다.
지방의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지방의 대학은 지역경제와 국토 균형발전의 중요한 축이다. 지역의 경제가 살아나고 지방도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 산업클러스터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는 지역 내 집단학습과 혁신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지방대학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특히, 안동과 같은 중소도시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경제적 사회적 비중은 엄청나다. 만일 이대로 가다가 안동대가 폐쇄되거나 지역거점대학과 통폐합되어 대폭 축소된다면, 안동시는 물론 경북 북부지역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하다.
노무현 정부 이래 중앙정부는 지방 소멸을 막고 국토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하여 지방에 혁신도시를 건설하고,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등 매년 천문학적 재정을 지방에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이 정책들이 별 소용이 없는 것은 그것들이 다 지방의 내재적 경제성장과 인구성장을 유발하는 지방 토착민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공공기관 직원들은 서울에 집을 두고 출퇴근하고 있다.
반면 지방대학은 지방에 토착사회화되는 경향이 강한 인구 증가로 도시 성장에 매우 효과적인 전략 수단이다. 즉 종합대학의 유치 내지 존재는 연구·교육시설 투자로 자연히 연결되어 지방경제를 살리고 지방의 자생력을 높이는 매우 효과적인 처방으로, 외국의 경우에도 그 정책 효과가 매우 높은 것으로 판명났다. 미국과 독일의 국공립대들이 각주의 균형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올해 초 교육부는 지방대학 정원 감축에 다시 나서고 있다. 부실 사학에 대한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비대한 수도권 대학의 정원은 놓아둔 채 지방대학에만 칼을 대는 것 같아 씁쓸하다. 다시 말하지만, 정부는 장기적 안목에서 지방대학을 키우는 것이 수도권 인구집중을 막고 국토 균형발전을 이루어나가는 것이요, 이것이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여 이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새삼 인식해야 한다. 이것이 또한 최근 중요한 정치 이슈가 되고 있는 수도권 집값 상승을 잡는 길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지방대학이 살아야 이 나라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