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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위안부 증언 첫 보도’ 우에무라가 굴복할 수 없는 이유

등록 2021-04-06 04:59수정 2021-04-06 08:52

우에무라 다카시 <주간 금요일> 사장. <한겨레> 자료사진
우에무라 다카시 <주간 금요일> 사장. <한겨레> 자료사진

문성희

저널리스트·도쿄대학 박사

“저 혼자만이 아닙니다. 저를 지지하는 동료들은 굴복하지 않습니다.”

지난 3월24일 일본 도쿄 외국특파원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 <아사히신문> 기자 우에무라 다카시 <주간금요일> 사장은 힘있는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우에무라 기자를 주인공으로 니시지마 신지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표적>(단축편) 시사회를 겸한 자리였다. 약 2주 전 우에무라의 상고는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 결정에 따라 도쿄에서도 기각됐다. 지난해 11월 삿포로 소송 패소에 이어 우에무라의 패소가 모두 확정된 셈이다. 그러나 우에무라 기자는 이날 낙심하지 않고 있었으며 오히려 자기를 지지해주는 동료들과 함께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강한 의사를 표명했다.

2015년에 시작된 소송은 약 6년간에 걸친 기나긴 투쟁이었다. 한국에서 최초로 익명의 전 ‘위안부’가 증언을 했다는 우에무라의 기사가 <아사히신문> 오사카 본사판에 실린 것은 1991년 8월11일. 기사 앞말에서 ‘여자정신대’라는 이름으로 전쟁터에 연행됐다고 썼고, 본문에서는 ‘속아서 위안부가 됐다’고 썼다. 3일 뒤 이 익명의 전 ‘위안부’ 피해자는 서울에서 실명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제1호 증언자’가 됐다. 바로 김학순 할머니이다. 이에 힘입어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이 줄을 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무려 23년이나 지난 2014년 1월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슈칸분슌)(2월6일호)은 니시오카 쓰토무 전 도쿄기독교대학 교수의 담화를 근거로 우에무라의 1991년 기사를 “날조”라고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이 글을 계기로 격렬한 ‘우에무라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에 맞서 우에무라 기자는 니시오카 쓰토무와 저널리스트인 사쿠라이 요시코 등을 상대로 각각 도쿄와 삿포로 재판소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은 아쉽게도 패소로 끝났지만, 수많은 변호인, 저널리스트, 시민들이 우에무라 기자를 응원해주었다. 도쿄의 변호인단에는 170여명, 삿포로의 변호인단에는 약 100명의 변호인들이 망라되었다. ‘우에무라 재판을 지지하는 시민의 모임’이 조직되고 홋카이도로부터 오키나와까지 우에무라는 전국 곳곳을 다니며 강연을 하고 재판 지원도 호소했다. 일본저널리스트회의(JCJ), 미디어종합연구소, 일본매스컴문화정보노조회의(MIC) 등의 저널리스트 단체가 최고재판소의 결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외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2015년에 우에무라는 미국 곳곳을 순방하면서 강연 사업을 벌였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들도 ‘우에무라 공격’에 관심을 갖고 보도했다. 특히 한국에서 많은 시민들이 우에무라의 투쟁을 지지해주었다. 임재경 <한겨레> 초대 부사장,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중심이 되어 ‘우에무라를 생각하는 모임’(우생모)을 조직하고, 두 차례 삿포로를 방문해 재판을 방청했다. 우에무라 기자의 투쟁은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것뿐 아니라 언론의 자유를 위한 투쟁으로 높이 평가되었다.

우에무라는 재판 투쟁을 하는 와중에 자신의 문제를 일본에서 최초로 보도한 자유주의 독립언론인 <주간금요일>의 사장이 됐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잡지를 폐간해서는 안 된다는 뜻에서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올해 1월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일본 정부에 전 ‘위안부’ 피해자에게 한 사람마다 1억원씩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원고인 전 ‘위안부’ 피해자들이 마지막 구제수단으로 선택한 한국 재판에서 승소한 것이다. <주간금요일>은 네번에 걸쳐 이 판결문 전문을 일어로 번역해 소개했다. 우에무라를 비판하기 전에 판결문을 읽고 판단해주기를 바라는 뜻이다. 판결문의 서두에는 원고인 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가혹한 일생이 적혀 있다. 다행히도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호응을 받고 있다. 후쿠오카의 한 시민단체는 이 판결을 지지하고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문제 해결에 나서기를 바라는 요청서를 관저에 보내기도 했다.

우에무라 기자는 <주간금요일>의 인기 칼럼 ‘평사장이 간다’에서 이렇게 썼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역사 왜곡이 판을 치는가? 그것을 밝혀내고 박살 내기 위해 나는 제2라운드의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우에무라 기자의 제2라운드 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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