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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먹거리 돌봄, 든든한 사회안전망의 시작 / 김정현

등록 2021-04-21 18:33수정 2021-04-22 02:07

코로나19 장기화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늘고 있다. 특히 학교급식이 중단되고 무료급식소도 대부분 문을 닫아 먹거리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은 더 힘겨운 시기에 직면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소득 1/4분위 취약계층의 식품불안정률은 10%에 이르고 영양부족자분율도 20%가 넘어 식생활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당뇨, 비만, 대사증후군 등 식생활 관련 질병의 유병률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생활에 제약이 많아지면서 방문 건강관리 등 돌봄 공백이 광범위하게 발생해 취약계층의 영양 상태와 건강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선진국의 취약계층에 대한 ‘먹거리 돌봄’은 어떨까? 미국의 ‘보충적 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은 취약계층의 영양 보충과 식생활 개선을 위해 도입됐다. 채소·과일·육류 등을 구매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최근엔 코로나19로 인한 빈곤과 영양 문제 해소를 강조하면서 수혜자 장벽 제거와 지원 규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농업 활동을 통해 환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요양과 재활의 기회를 제공하는 ‘치유 농장’(Care Farm)이 성행하고 있으며 국가 차원에서 먹거리 생산과 돌봄을 연계한 치유 농업을 체계화했다.

우리나라도 지역사회를 주체로 먹거리 돌봄의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 대전시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는 ‘나눔 냉장고’는 돌봄 손길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위해 경로당에 설치된 냉장고에 신선한 농식품을 채워놓고 언제든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지역주민의 자율적인 자원봉사활동과 기부로 운영되는 ‘나눔 냉장고’는 어르신들의 열악한 식생활 문제와 더불어 사회·심리적 결핍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먹거리 돌봄’은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공공 영역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긍정적 변화에 힘입어 작년부터 ‘농식품바우처 사업’을 시작했다. ‘농식품바우처 사업’은 중위소득 50% 이하의 취약계층에 농식품을 현물로 지원하고 식생활 개선 교육을 함께 제공한다. 단순히 식품 구매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취약계층의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돕고 농가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도 매우 고무적이다.

먹거리는 인간의 기본권이다. 또한 먹거리의 안정적인 공급은 인간의 존엄성과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소득 수준과 사회적 취약성에 따라 식생활의 빈부 격차가 더욱 확대되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먹거리 돌봄’이 중요한 이유다. 지역사회의 참여와 나눔을 촉진하고 정부의 먹거리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 ‘먹거리 돌봄’이 우리들의 삶을 지키는 든든한 사회안전망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김정현ㅣ배재대 식품영양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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