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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안전속도 5030,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사회 안전망 / 우승국

등록 2021-05-03 18:18수정 2021-05-04 02:37

우승국 ㅣ 한국교통연구원 도로운영·보행교통연구팀장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시행하기 위하여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었고 지난달 17일부터 도시지역 제한속도가 50㎞/h 이하로 조정되었다. 도시부에서의 제한속도 60㎞/h에 익숙한 시민들의 의견은 둘로 나누어진다. 안전을 위해 속도를 희생해야 한다고 긍정하는 사람들과 더 빨리 달릴 수 있는데 속도를 제한하는 것은 교통물류 효율을 낮추고 전 산업에 악영향을 준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이다. 매우 늦었지만 이제야 도입되는 안전속도 정책이 왜 필요하며 효율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다.

역사부터 살펴보자. 유럽 안전 선진국에서 도시부 50㎞/h 속도제한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60년대 영국에서다. 영국에서 시작된 도시부 속도제한 정책은 1980년대에 모든 유럽 선진국에 도입되었다. 우리나라는 최대 60년이나 늦은 것이다.

경제와 삶의 질 측면에서 보자. 유럽의 안전 선진국들은 1인당 지디피(GDP·국내총생산)가 1만달러대에 다다랐을 때 안전속도 정책을 도입했다. 우리는 3만달러가 넘어 같은 정책을 시작했다. 국가 경제력과 교통안전 간의 관계를 1인당 지디피와 인구 10만명당 도로교통사고 사망자 수로 그려보면 경제 성장에 따른 사망자 수 감소가 명확하다. 우리와 비슷한 경제력을 갖는 스페인의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는 약 4명이며 우리나라는 약 6명이다. 최근 사망자 수가 큰 폭으로 줄었음에도 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보다 안전 수준이 떨어진다. 먹고살 만하면 삶의 질에 신경쓰는 것이 상식적이다. 우리는 경제적 수준이 높아졌음에도 안전한 삶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다.

수송 효율 측면을 보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제한속도 하향은 도시부에 국한되므로 평균주행속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도시부에는 필연적으로 신호교차로가 존재한다. 교차하는 주도로와 부도로에 녹색신호를 60% 대 40%로 부여한다고 가정하면 주도로에서 제한속도의 60% 정도 평균속도를 낼 수 있다. 실제 도로에서는 이러한 단순 가정 외의 다양한 외적 요인으로 제한속도의 60%도 내기 어렵다. 실례로 자동차 전용도로를 제외하면 서울에서 평균주행속도는 20㎞ 초반대다.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소개하는 언론 보도에서 60㎞/h 제한속도와 50㎞/h 제한속도에서 시험 주행한 결과 평균속도 감소가 미미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실험은 안전속도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나 약간의 오류가 있는데 그것은 신호 연동이 기존 60㎞/h인 상태로 수행되었다는 것이다. 신호 연동이란 한번 녹색신호를 받은 차량이 다음 교차로에서도 녹색신호를 받도록 인접한 신호를 설계하는 것이다. 50㎞/h로 연동 설계된 도로에서 50㎞/h 제한속도로 시험 주행한다면 오히려 평균주행속도가 증가할 수도 있다. 연동 속도가 낮으면 속도 변화의 폭이 적으므로 급감·가속에 의한 지체가 줄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고로 국민의 생명이 사라져간다. 우리나라 재난 통계를 보면 사망자 수 기준 가장 심각한 사고는 도로교통사고다. 최근 통계인 2019년을 기준으로 전체 사망사고의 약 60%인 3349명이 희생되었다. 다음으로 추락사고 825명, 익사사고 475명이 뒤따른다. 도로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두번째로 심각한 사고 사망자 수의 4배다. 통계상으로 도로교통사고가 이렇게 심각하다는 것을 시민들이 알아주었으면 한다.

차 대 보행자 사고 시 충돌속도가 60㎞/h에서 50㎞/h로 낮아지면 사망사고 확률이 반으로 줄어든다. 속도가 낮으면 운전자 시야가 넓어지므로 사고를 피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렇듯 속도를 조금만 낮추면 많은 생명과 재산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 시민들이 수송 효율에 문제가 없고 생명을 구하는 안전속도 정책을 널리 홍보하고 적극 동참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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