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이재준ㅣ경기도 고양시장
빈센트 반 고흐가 찾던 빛과 색이 넘치는 태양의 도시 ‘아를’. 비틀스를 탄생시키고 불후의 명곡을 빚어낸 항구도시 ‘리버풀’. 이들 천재 예술가들이 사랑한 도시는 복잡한 ‘수도’ 파리와 런던이 아니었다. 도시와 예술가는 공생 관계다. 예술가는 도시와 온몸으로 교감하며 창작의 자양분을 얻는다. 새로운 캠퍼스 둥지를 찾고 있는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 여기, 준비된 도시 고양시를 제언한다.
고양시의 103만㎡ 규모의 호수공원은 청년 예술가에게 충분한 휴식과 영감을 선사한다. 국내 정상급 아트센터인 아람누리, 어울림누리를 한예종에 지원할 것을 고양시는 이미 약속했다. 씨제이(CJ)라이브시티와 방송영상밸리, 일산테크노밸리, 아이피(IP)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 등은 미래 창작의 동력이 될 것이다. 시 전체가 융합예술 창작공간으로 넘치는 인프라는 고양시를 ‘케이(K)-문화 콘텐츠의 수도’로 자리매김시킬 것이다.
서울에 있던 한예종의 세 캠퍼스. 과연 대학은 양질의 교육을 위해 ‘인 서울’에만 머물러야 하는가? 미국 하버드대는 수도 워싱턴디시(D.C)에 있지 않다.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 역시 런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카이스트와 포항공대가 지방에 위치했다고 해서 그 가치를 폄하하는 이는 없지 않은가. 이미 그 위상에 있어 세계적 반열에 오른 한예종이 고양시에 와서 인지도 하락을 걱정할 것은 없다. 20분이면 강남에 도착하는 지티엑스(GTX) 등 수도권 어디든 갈 수 있는 11개 철도교통망은 접근성에 대한 우려마저 해소한다.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타인을 감동시키고 세상을 치유한다. 예술가는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사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고양시는 한예종 예술단을 창단하고 공동 운영하는 방안 등을 기획하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상생은 대학이 하나의 예술가를 키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높은 도덕성을 실천케 할 것이다.
물고기는 큰 어항에 키울수록 크게 자란다. 개체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그 크기를 조절한다. 고양시는 한예종의 캠퍼스 세곳을 아우르는 3만5천평 터를 이미 마련해 놓았다. 또 글로벌 명문 예술대학으로 한층 ‘고양’(高揚)될 수 있도록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메디치 가문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 피렌체의 젊은 예술가들을 후원해 르네상스 예술의 꽃을 피워냈다. 109만 인구 특례시로 출범해 광역시급 권한을 부여받게 된 고양시는 강력한 후원가가 돼줄 것이다. 한예종에 날개를 달아줄, 준비된 도시 고양시. ‘미래의 고전을 창작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가 고양시에서 활짝 꽃피우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