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허승은 ㅣ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
“혹시 햄버거 포장해보신 분 있나요?” “전 오늘 해봤는데 살짝 떨렸어요.” “첫 용기 내 성공입니다.” 직접 들고 간 용기에 음식을 담아온 경험을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나눈 글들이다. 장바구니와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자는 말이 이제야 익숙해졌는데 이제 음식 포장용기도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소지품이 많아졌고, 무겁고 불편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죄책감을 느끼는 것보다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용기라도 가져갈 수 있으면 다행이다. 배달 주문은 쓰레기를 줄일 방법이 없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17조3천억원으로 전년(9조7천억원)보다 78.6%나 증가했다. 2020년 12월 기준 금액은 2조2천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9%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났고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후 정부는 포장, 배달을 권고하기도 했다. 주요 배달앱 월 사용자 수는 약 2800만명에 달한다. 국민 2명 중 1명이 사용한다.
문제는 배달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늘어날수록 쓰레기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더욱이 음식을 담은 배달용기는 오염이 심해 재활용하기가 어려워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가중하고 있다.
지난해 녹색연합이 시민 75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4명 중 3명은 배달 쓰레기를 버릴 때 죄책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한번 쓰고 버려야 하는 배달용기 쓰레기에 마음이 불편해 줄여보려 하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다. 먹고 버릴 때는 편하지만 늘어가는 쓰레기를 보니 마음이 무거워 배달을 끊었다는 시민들도 있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실천에만 기댈 수 없다. 쓰레기로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와 제품을 만드는 생산, 유통 단계에서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배달앱 시장의 83%를 차지하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배달에 필요한 ‘일회용품’을 전문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일회용 용기를 팔수록 두 업체의 수익이 느는 구조다. 배달앱이 성장하고 배달음식 매출이 늘수록,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늘어난다. 배달앱 회사가 배달 쓰레기 문제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배달앱을 사용할 때 시민들은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들은 일회용 쓰레기 없는 배달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커피음료 주문 시 텀블러 할인을 받는 것처럼 다회용 포장용기를 직접 가져가면 용기 할인도 적용되어야 한다. 배달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배달앱 회사들은 사회적 책임을 갖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만드는 데 협력해야 한다. 환경부는 일회용 배달용기 대책으로 용기 두께를 줄여 감량하겠다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일회용 쓰레기로 발생하는 용기를 줄이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플라스틱 문제를 들여다볼수록 답은 더 명확해진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면 플라스틱 문명이라 할 만큼 익숙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