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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청소년 자살과 기후위기, ‘시민’ 교과가 필요하다

등록 2021-06-16 18:17수정 2021-06-17 02:39

[왜냐면] 유성동ㅣ민주시민교육교원노조 정책실장·금산 신대초등학교 교사

‘응급실서 확인한 ‘조용한 학살’…20대 여성 자살 시도 34% 늘었다’란 기사(<한겨레>, 5월3일)에 눈이 멈췄다. 본문을 읽어가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얼마 전 재수 끝에 대학생활을 시작했다며 통화한 제자의 얼굴이 떠오름과 동시에 내가 그들에게 제대로 된 가르침을 베풀었는가를 돌아봤다. 교육을 통해 험난한 파고를 넘어갈 내적 회복력이 길러졌을까. 기사는 20대 청년들이 겪는 정신질환과 정신건강 면의 적신호를 부각하는 인터뷰로 끝맺는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9년 19살 미만에서 300명이, 29살 미만에선 1606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2018년도와 비교 시 19살 미만은 1명 줄었고, 29살 미만으로 조건을 바꾸면 113명이 늘었다. 두해 동안 9살 미만 기준 아동 3명도 안타깝게 통계에 포함됐다. 2003년 이래 우리나라는 2017년을 제외하곤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문제는 평균과의 격차인데, 평균의 2배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제정 이후 시행령 등을 보완해가며 자살예방을 위해 노력해왔다. 교육당국과 학교도 상담과 심리검사, 학부모 설명회 및 교원 연수, 의무적 생명존중교육 이수, 전문기관 연계, 학교 내 위기관리위원회 구성 등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다. 그럼에도 자살하는 학생은 감소하지 않았다. 이는 생명존중을 강조하는 일률적 방식의 자살예방교육에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환경교육 상황은 좀 나을까. 국가환경교육센터장 이재영 교수는 기후위기 강연 때마다 “인류에게 22세기는 존재할 것인가?”란 질문을 건넨다. 이보다 무서운 발문이 있을까 싶지만, 지구 연평균 기온 상승 추이, 해수면 상승 및 빙상 감소, 생물다양성 감소 등 설명이 더해질수록 강연 참석자들의 얼굴은 심각해진다.

이 교수는 지구생존지수의 추락, 세계 가뭄 위험지역의 확대와 환경 난민의 증가 등 여러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에 이어 생태문명과 지구생태시민을 강조한다. 지구의 생태적 수용능력이 감당할 수 있는 삶의 양식 추구와 현재의 기후위기에 대해 인식하고 문제 해결에 노력하는 시민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교육과정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기존 교육과정으로 청소년 자살을 막지 못했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생태전환교육 역시 부실했다. 이러함에도 교육과정 개정이 총론 변경과 일부 시수 조정 정도로만 머무른다면 안 될 일이다. 학생들이 자살과 환경재난에 대해, 인권과 차별, 평화와 안전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며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는 교과가 반드시 교육과정에 포함돼야 한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시민성 교육이 가능한 교과가 필수교과로 지정됐다. 인권, 평화, 성차별, 다문화, 안전, 환경, 미디어 리터러시 등의 주제들이 범교과학습이란 분절된 틀 속에서 제대로 학습되리라 여겼던 것 자체가 난센스이다. 교육당국은 그동안의 과오에 대해 처절히 반성하고 이제라도 국가가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의지 표명을 해야 한다.

그것은 ‘시민’ 공통필수교과 지정이다. 청소년 자살과 기후위기는 생명과 생존의 문제다. 교육과정 개정으로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고, 기후위기의 징후를 늦출 수 있다. 그게 교육과정의 힘이다. 기존 교육과정을 통해 길러진 역량이 시민성으로 고양될 수 있는 주제통합형 탐구토론 교과로서의 ‘시민’ 교과가 절실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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