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돌발 행동’이 세계인의 시선을 끌고 있다. 유럽의 국가 간 축구대항전인 ‘유로 2020’ 대회에 포르투갈 대표팀 주장으로 참가한 호날두는 최근 기자회견장에서 유럽축구연맹(UEFA)의 후원사인 코카콜라 병을 한쪽으로 치웠다. 호날두는 “아구아”(물)라고 외치면서 탄산음료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 말 한마디에 코카콜라의 시가총액이 한때 40억달러 빠졌다고 한다.
호날두에 이어 프랑스 대표팀의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기자회견장의 하이네켄 무알코올 맥주병을 테이블 아래로 내려놓았고, 이탈리아 대표팀의 미드필더 마누엘 로카텔리도 코카콜라 병을 밀쳤다. 급기야 유럽축구연맹이 각국 선수단에 탁자 위의 음료수병을 옮기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스포츠 스타와 후원 기업의 이미지는 호혜적인 것으로 비쳤다. 스타는 스폰서 기업의 모델로 돈을 벌었고, 기업은 스타 마케팅으로 매출 확대와 브랜드 이미지 개선 효과를 거뒀다. 코카콜라는 이번 유로 2020 대회에 수천만달러를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스타 선수들의 힘이 에스엔에스(SNS)의 등장으로 커지면서 변화가 생겼다. 호날두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인류 최초로 3억명을 넘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까지 합치면 5억5천만명이 된다. 코카콜라가 호날두의 행위에 대해 대놓고 반박하지 못하는 이유다.
호날두는 과거 코카콜라나 켄터키프라이드치킨 등의 홍보모델로 나선 적이 있다. 이런 까닭에 이중적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철저한 몸 관리로 유명한 호날두가 에스엔에스의 힘을 배경으로 건강 담론을 펴는 것을 막기는 힘들어 보인다. 각 나라가 청소년들의 패스트푸드나 탄산음료 섭취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추세 속에 호날두의 행동만큼 강렬한 효과를 주는 사례도 없다.
호날두의 행위를 계기로 앞으로 기업의 스포츠 후원계약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탄산음료나 술 등의 스포츠 마케팅은 설 자리를 잃거나 기자회견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 에스엔에스 시대에 더 큰 권력을 쥐게 된 스포츠 스타가 불러온 변화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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