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은 코로나 시대 언택트(Untact) 대회다. 무관중 경기가 기본이어서 관중석의 96%는 빈 곳으로 남아 있다. 팬의 응원을 통한 교감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만, 반대로 새로운 환경은 승패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매우 낯선 조건이다.
언택트 시대를 보여주는 요소는 개막식에서도 드러났다. 코로나 시대 외롭게 훈련해온 선수는 개막식의 트레드밀 위에서 형상화됐고, 미증유의 코로나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는 ‘따로 또 같이’ ‘다 함께 더 강하게’ 등 개막식의 주제어에서 드러났다. 점과 점이 선으로 연결되고, 선이 네트워크가 돼 선수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개막식 연출은 일상 회복의 염원을 보여준다.
언택트 올림픽임에도 열기가 느껴지는 것은 스포츠가 가진 ‘콘택트 지향성’ 때문일 수도 있다. 미국의 <엔비시>(NBC)는 도쿄올림픽에서 기록적인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직관은 불가능한 대신 방송 중계 소비는 늘어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과거보다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떨어졌지만, 축구 조별리그 한국-루마니아전의 시청률은 30%대를 넘었다. 무더위와 씨름하는 팬들은 올림픽 경기를 보며 답답증을 날리고 있다.
이쯤 되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왜 어떻게든 올림픽을 개최하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온갖 걱정에도 일단 출발을 하면 관성에 의해 올림픽은 진행된다. 대회 개최로 아이오시는 재정적으로 한시름 놓게 됐는데, 이는 불발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아직 대회 초반이어서 올림픽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른다. 코로나 위기가 상존하고, 일본의 내부 여론이 좋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국 선수들이 경쟁하는 모습을 손에 땀을 쥐면서 보게 되는 게 스포츠이고 올림픽이다.
언택트 시대의 올림픽에서도 스포츠는 감동의 드라마를 안긴다. 팬들이 스포츠에 빨려들어가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스포츠의 수행적이고 구성적인 힘 때문이다. 개막식이 희망의 씨앗을 느끼는 장면에서 시작됐듯이, 언택트 올림픽이 지구촌 사람들의 연대와 희망, 평화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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