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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일본의 희망

등록 2021-08-08 20:31수정 2021-08-09 02:38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코로나19 감염이 확대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했다. 세계적인 행사를 취소하고 싶지 않은 정치인들의 생각에 공감은 할 수 없지만, 이해가 되는 면도 있다. 어쨌든 개최를 결단했다면 그에 맞는 코로나 감염 억제와 의료체계 정비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 최대한 준비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의 책임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에는 낙관적인 생각만 있었다. 외출을 자제하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계속하면서도,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지난달 23일 항공자위대 곡예비행대가 도쿄 상공을 나는 행사를 열었다. 이를 보려고 많은 사람이 올림픽 장소인 국립경기장 등에 모여들었다.

요컨대 지금 일본 정부는 목적이 무엇이고 그것을 위해 어떤 수단을 선택해야 최대의 효과가 나오는지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급기야 코로나 감염자 가운데 중증 위험이 낮은 사람은 집에서 요양을 해줬으면 한다고 ‘입원 제한’을 하기에 이르렀다.

도쿄의 하루 신규 감염자는 5천명까지 치솟고 의료 붕괴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가 인류를 덮친 지 1년 반이 지났다. 지난해 5월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강경한 ‘록다운’을 하지 않고도 감염을 억제한 것이 ‘일본 모델’이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각국의 대응을 살펴보면, 일본 모델이란 사실을 은폐하고 과학적 지식을 정책에 반영하기를 거부하는 주술적 정치 수법이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가장 빠른 기회는 10월 임기가 끝나는 중의원 총선거에서 일본 국민이 실수 없이 선택을 잘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쓸 예정이다.

이번엔 일본 젊은이들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일본의 대학에서는 7월 말에 기말시험을 치른다. 교수에게 채점은 고통스러운 것이 보통이지만, 올해 1학년 정치학 입문 과목의 소논문은 드물게 즐기면서 읽었다.

정치학을 전공하는 학생의 논문이지 일본 젊은이들의 표준은 아니다. 하지만 역으로 정치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의 의식을 탐색하는 재료는 될 수 있다. 소논문의 주제는 정치에 무관심한 친구를 상정하고 그 사람을 이번 중의원 총선거에서 투표하도록 설득하는 편지를 쓰라는 것이었다. 학점을 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각각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호소하는 논문이 많았다.

지금 대학 1학년생은 코로나 영향으로 고교 3학년 때 재택 학습이 강요되고 스포츠나 문화 행사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채 졸업했다. 코로나 대책이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는 대학 입시제도 개혁을 둘러싼 혼란이 있었고, 일단 지금 대학 1학년 입시부터 새로운 제도를 실시하기로 결정된 바 있다. 하지만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비판이 커지면서 시험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새로운 제도의 연기가 발표됐다. 즉 대학 1학생들은 정치인이나 관료의 미흡함 때문에 큰 피해를 본 세대다.

일본에서는 1970년 정치의 계절이 끝난 뒤 젊은층의 경우 점점 보수화됐다.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는 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그 시대의 젊은이들이다. 일본 선거 투표율을 연령대별로 비교하면, 20대의 투표율은 30%대로 60대, 70대의 절반 정도다. 일본이 경제 대국이었던 시절에는 세상이 어떠해야 할지 따지지 않고 얌전히 열심히 공부해 좋은 취직 자리를 찾으면 인생은 대체로 평안했다.

지금은 다르다. 일본은 강대국의 지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코로나 위기라고 하는 눈앞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구 감소, 격차나 빈곤의 확대 등 구조적인 과제도 손대지 않은 채 그대로 있다. 개인의 삶만 생각한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없는 시대가 왔다. 10~20대인 고교생이나 대학생들이 자신의 나라를 어떻게 일으켜 세울 것인지 하는 문제에 대해 새로운 정치적 방식을 발견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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