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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민주당 경선에 없는 두가지 이야기

등록 2021-08-24 14:27수정 2021-08-25 02:07

[세상읽기] 우석진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이다. 예비경선인 기, 본선토론인 승을 지나서 지역경선인 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9명으로 시작한 예비경선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장해왔던 기본소득의 공약 여부였다. 이 지사는 예비경선 1차 토론에서 기본소득은 제1공약은 아니라고 말했다. 제1공약은 ‘공정성장’이고 나중에는 ‘전환적 공정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발표가 되었다. 박용진 후보가 기본소득을 공격하기 시작했으나 김이 샌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 지사의 지지율도 마찬가지로 김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비경선 뒤 이 지사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는 동시에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은 반등했다. 이 지사의 사이다 느낌이 사라졌고 이낙연 후보의 안정감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2라운드는 본경선과 함께 재개되었다. 이재명 후보는 기존 연간 50만원 기본소득 정책을 정확히 두배 올려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더 강한 공약으로 돌아왔다. 이낙연 후보 쪽은 자질 및 도덕성 검증 국면을 시작하였다. 이재명 후보 쪽도 이낙연 후보에 대한 검증 국면을 이어갔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어떤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멈췄고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자신감 있게 얘기했던 7말8초의 골든 크로스는 일어나지 않았다.

3라운드는 다행히 정책 논의로 시작되었다. 통일과 외교 정책을 거쳐 부동산 문제가 광범위하게 토론되었다. 이재명 후보의 기본주택, 이낙연 후보의 서울공항 이전을 통한 7만호 공급, 정세균 후보의 280만호 주택 공급 공약이 제시되었다. 박용진 후보는 김포공항 자리에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하였고 추미애 후보는 지대론을 들고나왔다. 현실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주택 공급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반면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은 주제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노동 관련 이슈다. 지난 대선 때 소득주도성장을 내걸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노동소득이 정체하거나 노동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5년 가까이 지났는데 노동시장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로 비숙련 노동자의 일자리는 크게 줄어들었고, 재정 지출을 통해 창출된 일자리로 연명하고 있고 그 삶의 질은 악화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된 이중노동시장의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없다.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면서 택배, 배달 서비스 등 더 분절된 시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후생도 악화되고 있다.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좀 더 열악한 협상 위치에 놓이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 후보들은 우리 경제의 걸림돌로 노조를 지목하고 공세 수위를 올리고 있다. 예를 들면, 최재형 후보는 “노조가 법 위에 군림하고 노조활동이 치외법권으로 인식되던 관행을 뿌리 뽑겠다”며 “정부는 법과 원칙에 입각하여 노사 관계에서 공정한 심판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 역시 노동시간 유연화를 골자로 공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본선에 가면 노동 이슈 관련 야권의 대대적 공세가 이어질 것이 분명한데 여권 후보들은 이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민주노동당 출신의 박용진 후보가 왼쪽 날개를 담당하면서 진보적인 관점에서 노동 관련 의제를 이끌어주면 좋아 보이는데, 박 후보는 왼쪽, 오른쪽 모두 뛰는 ‘손흥민’이 되겠다고 하고 있다. 다른 후보들도 성장 담론을 내세우는 데 앞장서고 있을 뿐 노동 문제는 필자가 기억하는 한 토론회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재벌개혁 관련 이슈도 실종되어 있다. 우리 경제가 재벌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혁신의 동력이 잘 발휘되지 못하고 경제력 집중으로 인해 경제민주화의 요구가 있었지만, 지난 4년간 어떤 실질적 진척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반도체와 백신 확보의 필요성을 내걸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되고, 무보수로 일하는 것은 취업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무부 장관의 괴이한 일성이 있을 뿐이다. 새롭게 재벌 대열에 진입한 테크 기업들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독과점 지위를 이용하는데도 어떠한 논의도 민주당 토론회에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여권 후보들이 “가운데로 가운데로”를 외치는 와중, 민주당이 이끌어야 할 노동과 재벌 이슈 같은 진보적 의제가 외면받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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