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윤도현이 말한 ‘낀 세대’ / 정혁준

등록 2021-09-05 15:49수정 2021-09-05 18:46

뮤지컬 <광화문연가>에서 주인공을 맡은 가수 윤도현은 지난달 18일 온라인 인터뷰에서 자신을 ‘낀 세대’라고 했다. “사실 나는 운동권 세대와 새롭게 시작된 밀레니얼 세대 중간에 낀 사람이다. 민주화운동 끝 쪽에서 살짝, 밀레니얼 시작 쪽에서도 살짝 경험했는데 그런 향수가 생각나기도 한다.” 1980~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뮤지컬에서 주연을 맡으면서 당시 기억이 떠오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윤도현의 말은 어떤 세대를 가리키는 것일까? 현재 우리 사회에 주축인 세대는 3개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386 세대다. 1960년대에 태어난 이들은 80년대에 대학 생활을 하며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다. 정치에도 관심이 많다. 386 세대란 말은 이들이 사회에 나오기 시작한 1990년대에 등장했다. 당시 유행한 386 컴퓨터에서 유래했다.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1990년대에 30대였던 세대란 뜻이다.

뒤를 이은 건, 엑스(X) 세대다. 주로 1970년대에 태어난 세대다. X세대라는 말은 캐나다 작가인 더글러스 쿠플랜드가 1991년 뉴욕에서 출간한 팝아트 스타일의 소설 <x세대>에서 처음 나왔다. 이전 세대와 분명히 다르지만, 마땅히 한마디로 정의할 용어가 없다는 뜻으로 X를 붙였다.

‘젊은 피’ 엠제트(MZ) 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제트(Z) 세대를 함께 부르는 말이다.

386 세대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세대 구분이다. 보통 세계적으로는 베이비붐-엑스-엠제트 세대로 구분한다. 그런데 ’68 세대’(1968년 프랑스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대학생과 청년문화를 이끌어갔던 유럽과 미국의 젊은 세대), ‘사토리 세대’(1980년 후반 일본에서 태어난 세대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 돈벌이와 출세에 관심 없는 세대) 등 나라마다 특정 사건에 기반한 세대를 부르는 용어가 있기도 하다. 세대 특성은 시대와 더불어 변한다. 한때 민주화 선봉에 선 386 세대는 현재 586으로 불리면서, 일자리와 고임금을 독점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런 세대 구분으로 따져보면 72년생 윤도현은 엑스 세대다. 10대 때 워크맨과 삐삐를 알았고, 주윤발의 <영웅본색>을 보며 따라했고, 책받침 배우를 코팅해서 갖고 다녔던 게 X세대다. 20대 들어선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에 충격을 받고,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난 유재하·김광석·김현식 노래에 슬퍼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이라면 길거리 리어카에서 파는 이른바 ‘길보드’ 카세트를 사 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트로트는 어색하고, 그렇다고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는 잘 모른다. 엑스 세대는 전통적인 권위를 부정하며 등장했지만, 이젠 대표적인 기성세대가 됐다. 회사에선 ‘라떼’ ‘꼰대’ 간부로 ‘뒷담화’ 대상이 될 수 있고, 가정에선 아이들이 다 커 ‘둥지 증후군’을 앓을 수 있다.

월요일 아침이다. 엑스 세대의 추억을 소환하며 노래 한 곡 들어보면 어떨까? 힘겨운 일주일을 이겨내기 위해 지금껏 달려온 내 삶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굳이 엑스 세대가 아니라도 좋다. 김광석의 ‘일어나’, 크라잉넛의 ‘말달리자’,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추천한다. 아, 가을에 듣기 좋은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도 들어보시길.

정혁준 문화부 기자 june@hani.co.kr </x세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