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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술과 쌀

등록 2006-02-09 17:27수정 2006-02-09 17:28

유레카
우리나라의 연간 술 출고량은 319만㎘에 이른다.(2004년 기준) 이 술을 모두 옮기려면 10t 트럭 32만대가 필요하다. 19살 이상의 모든 인구가 88.2ℓ씩 마셔야 하는 양이다. 가정용 맥주로 환산하면 450병씩이다. 술 88.2ℓ는 쌀 한 가마(80㎏)보다 무겁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쌀 소비량은 80.7㎏으로, 딱 한 가마였다. 그러니까 모든 성인은 쌀보다 술을 더 많이 소비하는 셈이다.

앞으로 쌀은 술을 영원히 따라잡지 못한다. 1980년대 초반 1인당 연간 100ℓ 수준이던 술 소비량은 막걸리의 퇴조와 함께 90년대 후반 80ℓ 남짓까지 줄었다. 그러다가 비싼 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2001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10년 전인 96년만 해도 104.9㎏이던 1인당 쌀 소비량은 한 해도 빠짐없이 하향세를 보였다. 이런 추세라면 10년쯤 뒤에는 술 소비가 쌀의 갑절까지 될 수 있다.

최근 술 소비 증가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 칠레산 포도주다. 지난해 칠레산 농산물 수입이 5700만달러 늘었는데, 그 가운데 90% 이상을 포도주가 차지했다. 2004년 4월1일 발효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의 최대 수혜 품목이다.

외국산 쌀도 국산을 대체하며 소비를 부추길까? 오히려 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값싼 외국 쌀이 쏟아지면 국내 쌀 농업기반은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는 외국 쌀 소비를 늘리는 것 이상으로 전체 소비를 끌어내릴 것이다. 밥도 서서히 주식의 위상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로마 제국은 일찍부터 본토 식량 생산을 포기하고도 별문제가 없었으나 우리나라는 제국이 아니다. 술의 경우처럼 문을 활짝 여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얼마 전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시작 선언 이후 쌀 시장 완전 개방 목소리를 높이는 미국을 보고 걱정이 되어서 하는 얘기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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