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대통령은 글로벌 공급망 단절 문제 등 극도의 불확실성 속에서 경제를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1월4일 오전 경기 부천시의 한 요소수 업체 앞에 판매 중단을 알리는 펼침막이 붙어 있다. 부천/김혜윤 기자
박복영 |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대선 후보들은 제각기 경제 비전과 공약을 내놓으며 경제에는 자신 있다고 말할 것이다.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우선 대통령은 큰 방향만 제시하고 경제 부처가 책임지고 하면 되므로, 대통령 본인의 능력은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대통령제에서 국정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큰 방향을 정하는 것도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주인이라면 부처와 관료는 그의 대리인과 같다. 주인의 능력이 떨어지면 대리인을 압도할 수도 없고, 제대로 일을 시킬 수도 없으며, 잘못된 결정을 피할 수도 없다. 잘못된 결정의 실질적 부담은 국민이 지고, 그 정치적 부담은 대통령이 지게 된다.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게 필요한 조건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가 직면하는 시대적 과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필요한 자질도 달라진다. 권위주의 저개발시대에 필요한 리더십과 민주적 선진경제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이 다르고, 안정기에 필요한 리더십과 위기 시에 필요한 리더십이 다르다. 그러면 다음 대통령은 어떤 경제적 과제에 직면하게 될까?
우선 극도의 불확실성 속에서 경제를 관리하는 것이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다. 백신 보급으로 종말이 보이는 듯했지만 다시 세계는 봉쇄로 들어가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생계를 동시에 보호해야 하는 과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편으로는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염병 앞에서 국민들이 지치지 않도록 참여와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미-중 간 대립으로 대외환경의 불확실성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요소수 부족과 같은 공급망 단절 문제가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른다. 불확실하지 않은 시대가 있었겠느냐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더 심각하다. 그래서 지금을 초불확실성 시대 혹은 예측불가만 예측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한다.
두번째 과제는 대전환 시대에 도약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에너지 분야에서 기술혁신이 쏟아지고 있다. 세기적인 현상이다. 미래 산업의 육성을 위해 선진국마저 정부가 나서는 소위 산업정책의 부활 시대다. 우리는 제조업 경쟁력과 청년 세대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이 기회를 잘 활용하고 있다. 다음 대통령은 이 기회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또 이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 간 분업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과제는 낡은 제도를 고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일상적인 과제다. 특히 불공정과 불평등 시정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런 문제를 낳는 제도를 고치는 것이다. 법이나 규정 같은 제도는 게임의 규칙과 같다. 어떤 규칙을 만들고 또 그 규칙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이나 개인의 목표와 행동이 달라진다. 목표와 행동이 달라지면 경제의 성과와 구조가 달라진다. 불공정과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제도, 낡아서 지금은 맞지 않는 제도는 고치고, 디지털 시대를 규율하는 제도는 새로 만들어야 한다. 몇가지 핵심 분야에서만 제도개혁 성과를 내도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런 과제 수행을 위해 대통령에게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첫째는 판단력이다. 불확실과 전환의 시대에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상황을 빠르게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변화의 방향이 어느 쪽인지, 그 속에서 어떤 새로운 국제규범과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우리가 가진 경제적, 전략적 자산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와 안보가 분리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신속하고 정확한 전략적 판단 능력이 필요하다.
다음은 정치력이다. 현실 경제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실타래처럼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해법을 찾고 지향하는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 실타래의 어느 부분에 가위를 갖다 대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고, 이해 충돌을 조정하거나 때로는 돌파해야 한다. 결국에는 정치적 타협을 통해 입법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어렵고 힘든 길이다. 그래서 아마 마지막 자질은 세상에 대한 강한 애정과 소명의식일 것이다.